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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막자" 아파트 대표 온라인 선거 확산

서울시 '케이보팅' 도입 독려

"상반기 30곳서 활용토록 지원"

배터리 탈부착 계량기 사용 막고

경비원 고용 안정 담은 준칙 내놔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에 있는 현대3차 아파트 주민들은 다음달로 예정된 입주자 대표 선거에서 새로운 투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활용한 선거다. 정현동 관리소장은 "아파트가 지어진 지 18년이 되다 보니 주민들이 아파트의 현안이나 소소한 관리에 점점 익숙해져 무뎌진 감이 있었다"며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보다 공정한 아파트 관리와 운영을 고민하던 차에 서울시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주민들의 호응도 컸다. 관리소와 동 대표가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자 1,162세대에 이르는 주민의 85%가 온라인 투표를 위한 휴대폰 번호 수집에 협조했다.

밀실투표에다 주민 무관심으로 얼룩졌던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 문화를 바꾸기 위해 서울시 아파트 주민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다음달 대림3동 현대3차 아파트를 시작으로 온라인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까지 30개 아파트가 입주자대표 선출을 온라인 시스템인 케이보팅(K-Voting)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케이보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온라인 투표 시스템으로 개인 인증부터 후보자나 안건 정보 조회, 투표, 결과 조회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부정과 비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담은 맑은 아파트 만들기 2단계 정책을 발표하면서 핵심내용으로 온라인 주민 투표 제도 도입을 이야기했다. 시는 후속 작업으로 지난 9일 온라인 주민 투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다.

시가 준칙을 개정하자 시내 5개 아파트가 당장 다음달 입주자대표 선거를 온라인 투표로 실시하겠다고 신청했다. 다섯 곳은 영등포 현대3차 아파트를 비롯해 성북구 종암동 2차 SK뷰아파트(393세대), 잠실 레이크팰리스 (2,678세대), 신내동 동성 1·2차 아파트(1,047세대), 용두동 롯데캐슬 (430세대)이다. 시는 이들 아파트의 온라인 투표 과정과 결과를 관리·분석해 추후 정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 참여율로 지금까지는 입주자 대표 후보가 단독 출마할 경우 50% 투표에 50% 찬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방문투표를 진행해 주민들 사이에 무효 논란이 이는 등 민원이 많았다"며 "투표율 상승 등 전반적인 변화를 분석해 효과가 있을 경우 주택법령으로 온라인투표를 의무화하도록 국토교통부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선 상반기에 입주자대표선거가 도래하는 아파트 단지 중 30개 아파트를 선정해 온라인투표를 지원한다. 입주자 대표 선거 외에도 공사나 용역 업체 선정 등 주요 의결사항도 온라인 투표로 결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온라인투표를 실시할 경우 세대당 선거를 위해 드는 비용이 700원 수준에 그쳐 5,000원이 드는 오프라인 투표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시는 온라인 투표 도입과 함께 이번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최근 논란이 된 난방기 계량기 임의조작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봉인 훼손 없이도 배터리를 뺄 수 있는 계량기 사용을 금지했다. 아울러 경비원의 고용 안정과 관련한 내용도 추가했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이번 준칙 개정은 아파트 주민 참여 기반을 확대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몇몇 입주자 대표가 아파트 현안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공동체 이익을 추구하는 주민들의 열정을 실제 참여로 연결해 아파트 관리 혁신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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