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VS 매킬로이’ 골프 괴물들 대결 시작됐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2ㆍ7,574야드)에서 끝난 제111회 US오픈 골프대회는 ‘차세대 골프황제’ 탄생의 서막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 우즈 시대’에 자라난 유럽의 샛별 로리 매킬로이(22ㆍ북아일랜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골프의 중심으로 군림해온 미국의 심장부에서 ‘매킬로이 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것이다.
매킬로이가 우즈 등이 보유했던 대회 최소타 및 최다 언더파 기록을 깨뜨리며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하자 외신들은 ‘타이거 우즈 같은(Tiger-esque) 우승’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현 ‘골프황제’ 우즈(36ㆍ미국)를 제외한 듯한 최상급 표현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34면
매킬로이와 우즈의 활동과 재능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이슈는 골프계 현존 최고 기록인 ‘메이저 18승’을 갈아치울 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통산 14승의 우즈와 마찬가지로 이제 첫 승을 거둔 매킬로이 역시 잭 니클라우스(70ㆍ미국)의 18승 기록을 좇기 시작했다.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 획득 시기는 공교롭게도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니클라우스ㆍ우즈ㆍ매킬로이가 22세로 똑같다. 매킬로이는 22세46일로 지난 1962년 US오픈 때의 니클라우스보다는 3.5개월 빠르고 1997년 마스터스 때의 우즈보다는 5.5개월 늦다.
현재로서는 13승이나 앞서 있는 우즈가 유리해 보이지만 매킬로이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잠재력과 건강ㆍ스윙에서 매킬로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매킬로이의 메이저 우승시계가 막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세의 목소리를 뒷받침한다. 반면 우즈의 메이저 우승시계는 2008년 US오픈에서 멈췄고 일반대회 역시 2009년 말 이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다. 여기에다 우즈는 고질적인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우즈에 비해 아직 나이도 신체도 ‘어린’ 매킬로이는 앞으로 25년 동안 100차례 이상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플레이 측면에서도 매킬로이는 우즈의 전성기 시절 기량으로 평가 받는다.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과 공격적인 플레이, 창의적이고 정교한 쇼트게임 등을 갖춰 현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으로부터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번에 매킬로이가 세울 US오픈 최다 언더파(16언더파) 기록도 우즈가 2000년 대회 당시 가지고 있던 기록(12언더파)을 갈아치운 것이다.
도전의 대상자인 니클라우스의 생각은 어떨까. 우즈에 대해 “드라이버 샷 때 상체 움직임이 많아 하체에 부담이 올 수 있다”고 했던 그는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매킬로이의 리듬은 매우 아름답다. 그의 템포는 언제나 일정해서 볼을 억지로 다루려 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니클라우스는 진정한 황제가 되는 길에 필요한 뼈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매킬로이가 이미 ‘좋은’ 골퍼라고 믿는다. 그러나 ‘위대한’ 골퍼가 되려면 골프와 골프 이외의 일 모두를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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