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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직거래장터에 한숨 쉬는 시장 상인


지난주 말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일대는 구청이 주최한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댔다. 구청은 19~21일 사흘 동안 약 47만여명이 다녀갔으며 현장에 마련된 새우젓 등 젓갈류 판매대와 농수산물 직거래장터, 먹거리장터 등에서 11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했다.

완연한 가을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구경하는 재미도 느끼고 좋은 제품도 값싸게 들여갔다. 인천 강화도부터 전남 신안까지 전국 곳곳에서 젓갈을 들고 온 지방 상인, 어촌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열어준 장터에서 짭짤한 수익을 냈다. 구청 스스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흘간의 축제였다.

같은 기간 한쪽에서는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 시장 상인들이다.

특히 월드컵공원과 맞붙은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여느 주말 같았으면 사람들이 붐볐겠지만 축제 기간 중 매우 한산했다. 젓갈 축제인 만큼 시장 젓갈 점포는 아예 개점 휴업 상태였고 다른 매장도 썰렁했다. 한 야채 점포 주인은 “빨리 축제가 끝났으면 좋겠다. 이름은 젓갈 축제라지만 마늘ㆍ고추에 고구마까지 이것저것 다 팔아버리니 내 가게는 장사가 통 안 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지루함을 못 이긴 시장 상인들은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하거나 TV만 봤다.



지난 한 주간 중ㆍ성동ㆍ은평구도 각각 직거래 장터를 연 것을 비롯해 최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직거래 행사를 만들면서 그 불똥은 엉뚱하게도 주변 전통시장이나 영세 상점으로 튀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관 주도로 열리는 직거래장터까지 타격을 주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직거래장터가 많아지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관까지 나서 직거래장터를 열어야 할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농촌을 돕고 주민에게 양질의 유통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관 내에서 열심히 일하는 전통시장과 영세 상점 상인들을 보듬고 지역 상권을 발전시키는 것은 지자체가 반드시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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