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도승지'로 300조원대의 국가 살림을 맡던 사람이 '구청 주부합창단'의 간식비 문제로 머리를 쥐어짠다. 언뜻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실제 이야기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참여정부의 중심에 있었던, 그러나 이제는 광주광역시 서구 의회의원인 이병완이 구의원 생활과 함께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을 펴냈다. 책 제목은 월북작가 이용악의 시 '전라도 가시내'에서 따왔다.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를 떠나 구의원으로서 느꼈던 지방자치 정치의 이면과 좌절, 그럼에도 그 안에서 발견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참여정부 시절의 비화 등을 엮었다.
1부 '구의원 3년 6개월, 이렇습디다'에서는 구의원으로 지낸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축제를 위한 지방 축제, 중앙정부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지방정부의 재정상황, 언제나 변방으로 몰리는 지방정부의 문제 등의 명암을 조명하고 있다. 2부 '이 실장! 고향 가서 폼 좀 잡으세요'는 참여정부 시절 활동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지방자치 시대 정책의 비화 등을 소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지난 이야기 등도 다룬다.
3부 '언론이 본 이병완'에서는 비서실장 시절과 구의회 의원으로 이어지는 2005·2010·201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자의 정치적 비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4부 '이병완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서는 정치계 변방에 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에피소드를 담았다.
자칭 '노무현주의자'인 저자는 새로운 정치와 시대를 위한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구의회 의원으로서, 대학교수로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위해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의 모세혈관 같은 구의회가 어떻게 돌아 가는 지 생생히 목격했다"는 저자의 인터뷰 내용과 같이 변방에서 새로운 정치를 꿈꾸며 실행 중인 실험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이병완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고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KBS·서울경제신문·한국일보에서 언론인으로 활약했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국내언론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비서실장·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광주 서구의회 의원,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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