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반(反)긴축' 정서가 다음달 12일 총선을 앞둔 네덜란드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긴축에 반대하는 네덜란드 극좌파 정당인 사회당(SP)이 오는 9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37석을 차지해 제1당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현재 의석 수는 15석에 불과해 여론조사대로라면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 수를 단번에 2배 이상 불리게 된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범유로존 긴축정책을 옹호하는 집권여당 자유민주당(VVD)은 현재 31석에서 30석으로 의석이 줄어 제1당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이 득세하는 것은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유로존에서 부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네덜란드 국민은 최근 정부 지출이 줄어든데다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32까지 하락했고 올해 네덜란드의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자유민주당을 중심으로 총 5개 정당이 가까스로 합의한 긴축안 이행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네덜란드 정치권은 현재 4.7%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도까지 3%로 낮추기 위한 긴축안을 총리 사퇴라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통과시킨 바 있다.
특히 사회당이 집권할 경우 메르켈 총리가 든든한 긴축 후원자를 잃게 됨으로써 유로존 전반에서 진행되는 긴축 바람이 주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SJ는 "유로존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인 네덜란드가 긴축 반대로 돌아선다면 독일의 입지도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당은 이 밖에 기업 민영화를 반대하며 큰 정부를 옹호하고 금융사의 보너스 전면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시 네덜란드 및 유로존 경제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당이 반긴축을 내건 노동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의석 수는 총 54석으로 과반인 75석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돼 군소 중도정당을 설득하는 일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대 경제학과의 반 더 플뢰그 교수는 "사회당 입장에서는 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른 정당을 회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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