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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2월 23일] '달러 약세'라는 경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하자 시장은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를 연 FRB의 결단을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주 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달러가치 약세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가치는 지난 여름께 약세를 유지하다 신용위기가 발생하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면서 10월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보였다. 그러나 12월 들어 달러화가치는 뉴턴의 사과처럼 하락을 계속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고 달러를 발행해 디플레이션을 막겠다고 밝힌 후부터다. 지난주 목요일 달러가치가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유로화는 유로당 1.4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여전히 강세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13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안전한 투자자산의 대명사인 금 가격은 달러 약세를 틈타 온스당 800달러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기침체로 여타 상품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말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사실들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버냉키 의장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가라앉으면 과도한 유동성을 회수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이 같은 약속에 대해 벌써부터 문책하는 듯한 분위기다. 달러 약세는 세계의 투자자들이 버냉키 의장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십여년간 FRB는 유동성을 줄이기보다는 더 많이 공급하는 데 익숙해져왔다. FRB는 2003년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를 기록했는데도 2003~2004년 사이 1년간 기준금리를 1%로 책정했다. 이후 FRB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신용위기와 경기침체의 불씨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7,000억달러 규모의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설 태세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현재 유가와 식료품 가격의 하락으로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후행 지표일 뿐이다. 반면 달러 약세는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전세계에 달러가 흘러 넘치게 하려는 버냉키 의장의 계획으로는 다가오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 버냉키 의장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킬 뜻이 있다면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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