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제'의 대관식 시간이 다가왔다. 7살 소녀가 가졌던 꿈은 이제 대한민국의 꿈이 됐다. 김연아(20ㆍ고려대)가 자신과 온 국민이 꿔온 황홀한 꿈에 화려한 방점을 찍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연아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리는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으로 한국 피겨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점(78.50점)을 기록해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ㆍ73.78점)에 4.72점 차로 앞서 있는 김연아는 26일 오후1시21분부터 4조 3번째로 은반에 올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아사다의 순서는 김연아 바로 다음이다. ◇높은 가산점 퍼레이드 한번 더=김연아는 지난 24일 금메달의 첫 관문인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으로 선두에 나섰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의 수행점수(GOE) 합계를 무려 9.8점이나 받아 '클린 연기'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에서 얻었던 9.6점보다 0.2점 끌어올린 자신의 역대 최고점수다. 반면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점)의 화려한 기술을 성공했지만 9명의 심판 가운데 6명만 가산점을 주면서 GOE도 0.6점에 그쳤다. 김연아의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의 GOE가 2.0점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프리스케이팅의 7개 점프 과제에서 최상의 GOE만 이끌어낸다면 자신이 세운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210.03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6년 이변 연아가 깬다=실력의 우위를 확인한 김연아에게 마지막 남은 변수는 '올림픽 이변'뿐이다.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지난 5차례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의 크리스티 야마구치 1명뿐이었을 정도로 역전 우승도 많았다. 그러나 김연아는 16년간 이어진 피겨스타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을 가장 적합한 선수이기도 하다. 징크스가 없기로 유명한 김연아는 주변의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성격도 강점이다.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아사다의 깨끗한 연기 직후 중압감 속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내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다. ◇세계가 지켜보는 진검승부=김연아와 아사다의 프리스케이팅 대결을 앞두고 외신들도 지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AP통신은 김연아와 아사다가 2008,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주고받은 사실을 소개하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의 영예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둘의 라이벌 전쟁이 마침내 절정에 달했다고 썼다. 로이터통신은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교통 흐름이 잠시 멈춰 선다"며 프리스케이팅에 쏠린 관심을 전했다. 로이터는 24일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전후해 두 나라 증권시장의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했다. AFP는 결전을 앞둔 김연아와 아사다 양쪽의 캠프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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