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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리모델링 이후가 더 중요한 쪽방촌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행해 기자단이 방문한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은 마침 전날 밤 내린 눈 때문에 멀리서 보기엔 마치 정겨운 작은 마을로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길은 눈으로 질척거렸고 슬레이트와 판자로 엉성하게 지은 집은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신문지와 비닐로 겹겹이 둘러쳐져 있었다.

이날 박 시장의 쪽방촌 방문은 시가 1년여 동안 준비해온 쪽방촌 리모델링 계획 발표를 위한 현장 설명회 자리였다.

나무판자로 대충 만들어 붙인 문을 열고 들어간 한 쪽방은 한 사람이 누울 수 있을만한 협소한 공간이었다. 집안에는 냉기가 가득했고 한 켠에는 컵라면과 참치 캔 몇 개만 보일 뿐 이렇다 할 가재도구도 없었다. 한 쪽방촌 거주민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소주가 없으면 잠도 못 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전 실사에 나섰던 서울시 주택정책실 직원들은 즉석에서 사비를 털어 이불 등 가재도구를 지원했다고 한다.

잠시 후 쪽방촌 인근에 시가 지은 주민 임시거주시설을 방문했다. 총 36실 규모인 임시거주시설은 개별 공간이 좁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난방이 잘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시설에 입주한 한 노인은 “며칠간 오랜만에 따뜻하게 잠을 자고 있다”며 “공사기간 한 달 동안 거주할 수 있지만 마음 같아선 공사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또 다른 고민은 리모델링이 끝난 후 다시 들어가 살 집의 임대료였다. 시가 7억여원을 들여 무료로 리모델링을 해주는 대신 건물주들이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한 게 현실이었다.



리모델링에 들어갈 건물은 시가 소유자를 찾는 데만 6개월이 걸릴 정도로 토지주와 건물 구분 소유자만 수십 명에 소위 ‘브로커’까지 개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모범 사례로 정착시켜 쪽방촌ㆍ고시원 같은 비정상적인 주거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서민 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시범지역의 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현재 쪽방촌의 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월 20만~23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라면과 소주로 버티는 쪽방촌으로 다시 전락하지 않으려면 리모델링 이후에도 시의 지속적인 관리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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