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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의 눈에 비친 인간 군상

영화 ‘시스터’프리뷰


흰 눈이 뒤덮인 알프스 자락의 한 리조트. 12살 소년 시몽은 관광객의 옷과 가방, 스키를 훔쳐다 팔아 살아간다. 그에게 유일한 피붙이는 누나. 하지만 늘 어린 동생의 돈을 뜯어가는 여자, 남자들의 차에 올라타 사라진 뒤 며칠이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여자는 어린 시몽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돼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몽은 누나를 버릴 수 없다. 무관심한 세상 속에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줄 사람, 누나라 부르는 이 여인과 어린 소년 시몽 사이에는 부정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말이다. “150프랑 줄 테니 같이 자도 돼?”시몽은 철없는 누나를 돈으로 달래면서까지 곁에 두고 싶다. 그의 배 위에 머리를 대고 잠들면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외로움은 어느덧 사라진다. 그러나 어린 동생을 헤어나올 수 없는 족쇄라 여기는 누나는 12살 소년 시몽을 자꾸 내치기만 한다. 높은 세상으로 향하고 싶던 소년 시몽, 그가 바라본 리조트는 자신이 속한 황량한 세상과는 다른 깨끗한 눈과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평화로운 동경의 대상이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높은 곳에서 시몽은 고글을 쓰고 눈 밭을 누비며 남부러울 것 없는 소년이 된다. 훔친 물건을 팔아 그 돈으로 누나를 부양해야만 하는 현실과는 판이한 세상이다.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소년, 늘 애어른 마냥 외로움과 꿋꿋하게 맞서며 살아가던 소년은 어느날 12살 제 나이로 돌아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누가 이 어린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소년 시몽의 고단한 삶을 조용히 따라간다. 인물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고단한 삶과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을 담담히 그려낸다. 세상을 알아가고 외로이 삶을 살아가며 순응해가는 두 남매의 성장 드라마를 격한 감정의 분출 없이도 스크린에 담아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남매로 나오는 아역 배우 케이시 모텟 클레인(시몽 역)과 레아 세이두(루이 역)의 섬세한 연기 또한 관객의 가슴 속에 잔잔한 파고를 일으킨다. 1998년생으로‘천재 아역배우’로 불리는 케이시 모텟 클레인은 감독의 전작‘홈’에서 이자벨 위페르와 호흡을 맞춰 11살의 어린 나이로 2009년 제 11회 스위스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무표정한 여자 킬러로 열연했던 레아 세이두는 이번 영화에서 철없는 누나와 사연 많은 한 여자로서의 고통을 동시에 품으며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시스터’는 201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은곰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국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다. 9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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