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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숨은 진주 책' 베스트12] 바다가 내 술상이요 그 위의 사람들은 벗이다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바다와 섬의 작가 한상훈의 글을 읽으면 진한 바다의 노래와 짠내 나는 삶의 향기, 그리고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교보문고 에세이MD 한유선)

'자산어보'란 조선 후기 문인 정약전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1814년에 집필한 일종의 어류 백과사전이다. 그러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라 함은 술상 위에 놓일 수 있는 바다 요리를 총망라했다는 뜻이다. 이미 저자는 4년 전 발간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통해 30종의 바닷물고기를 잡는 법, 맛깔나게 먹는 법, 다루는 법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던 요주의 인물인지라 이번에는 아예 책 읽다가 '술상'을 차리게 만든다.

거문도에 살면서 집필하는 저자는 '바다의 작가'로 통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해산물 안주라지만 그는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을 차려낸다. 먹거리에 대한 군침 도는, 그러면서도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력은 시쳇말로 '끝내준다'.



"뱃멀미, 좁아터진 선실…거친 선원들. 자, 어떻게 버틸까요.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후략)"

소주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일본에서 참치와 함께 맛본 '조빠리 사케'는 "한잔 털어넣으면 입안에 폭설이 내리는 듯한" 맛이라 했고 사람으로 치면 "다리 까닥거리며 담배 피우고 있다가 이리 쫌 와보시오, 하고는 느닷없이 키스를 해오는" 전라도 여자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까지도 다독여 담았다. 배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까지 자극하는, 그래서 당장이라도 일어나 빈속을 채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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