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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당 낙하산 인사들의 자가당착

24일 증권선물거래소 로비 한 구석. 노동조합이 14일째 천막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천막에는 ‘밀실인사 획책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는 구호가 걸려 있고 노조원들은 투쟁 일정 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조는 청와대가 K 공인회계사를 낙하산 인사로 내정하려는 데 대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소 생경한 것은 천막 옆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노동가요, 그중에서도 ‘인터내셔널가’다. 인터내셔널가는 사상 최초로 무산계급에 의한 무장혁명을 내걸었던 ‘파리 꼬뮌’을 기념하기 위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마르크스ㆍ엥겔스가 참여했던 제1차 인터내셔널의 주제가, 지난 43년까지 구소련의 국가로 채택되는 등 전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다. 자본시장의 꽃인 증시, 그중에서도 심장부인 거래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치고는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에 생계를 걸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는 노래를 틀고 있으니 이 같은 아이러니도 없다. 결코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제기하거나 비꼬자는 뜻이 아니다. 노동가요 가운데 일제시대 이후 사회주의 운동에 기원을 둔 노래는 부지기수다. 또 인터내셔널가의 연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이 노래는 전세계적으로 가사가 70여종에 달하고 영화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쓰일 정도로 고전이 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데 130여년 전 노래의 기원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문제는 이 노래의 쓰임새만큼이나 앞뒤가 안 맞는 청와대 및 여당 인사들의 자가당착이다. “K씨의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노무현 대통령 선거 캠프와 강금실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 참가한 것 외에는 거래소 팀장 수준의 경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거래소 경영진을 감시ㆍ감독하겠는가. 이는 증권시장을 파탄 내고 정치권과 정부여당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굳이 “해도 너무한다”는 노조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번 인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거래소 안팎의 중론이다. 386 운동권 출신인 K씨는 한때 노동운동을 했다고 한다. K씨를 비롯한 참여정부 주변의 낙하산 인사들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하산 인사에 편승, ‘자기 몫 챙기기’에 나선 것은 자가당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무원 조직 혁신’ ‘시스템 인사’ 등 입바른 말을 하기에 앞서 상식부터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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