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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LG카드 相生 해법 없는가
입력2004-12-23 17:06:18
수정
2004.12.23 17:06:18
이효익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꼭 지난해 이맘때쯤 당시 25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던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그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LG그룹과 채권단의 입장이 이제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LG카드 정상화 방안으로 채권단은 3조5,000억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10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반면 LG그룹은 채권형태로 1조2,0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의 주요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채권단은 출자전환의 대가로 대주주가 된 반면 LG그룹은 LG카드의 소유지분을 포기하고 제1채권자로 변신했다. 덕분에 채권자로서의 LG그룹은 2004년 중 LG카드로부터 약 900억원의 이자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주주가 된 채권단은 2004년 중 발생할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부담하게 됐다.
LG카드는 최근 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내 빠르게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부실경영으로 인한 누적적자 등으로 2004년 말 자기자본 잠식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LG카드는 1조2,000억원의 추가 출자전환 및 조달금리 인하 등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LG그룹과 채권단 양측의 책임공방과 추가지원 방안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채권단은 LG그룹 앞 후순위 전환사채로 대체하기로 한 5,000억원과 개인 대주주의 지원분 2,700억원을 합한 7,70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청하고 대신 채권단은 현금출자 2,700억원을 포함해 4,3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제안했다.
연내에 자본보전을 마무리하고 금리인하 등의 추가지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LG카드는 흑자기조의 지속적 유지에 힘입어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지난해 카드사태 수습시 약속했던 지원의무를 모두 성실히 이행했으며 이제는 추가적인 지원 여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이사회를 설득할 명분도 없다고 항변한다.
채권단은 그들 또한 당시의 모든 정상화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으며 지금의 요청은 LG그룹의 추가적 현금출자가 아니라 LG카드 청산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후순위 채권의 출자전환 요구이므로 자금의 추가 부담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편 LG그룹은 현재는 주주가 아니므로 LG카드의 추가적 부실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도 없으며 이미 국민 앞에 금융업 포기를 선언했으므로 출자전환에 의한 지분 획득은 공개약속의 파기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올해 예상손실에 대한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화 합의가 이뤄졌고 이번 지원의 필요성은 정상화 방안 이후 새로 발생한 추가적인 경영부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LG그룹의 부실경영 누적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해 LG카드 위기해소 방법이나 이번의 추가지원 방법이 반시장적인가에 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추가부담하든지 아니면 청산하든지 선택해야지 LG그룹에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해 금융기관이나 채권단이 개입해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지금은 투자자나 채권자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남겨준 하이닉스ㆍSK네트웍스 등의 사례를 보면 채권단 요구가 반시장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과연 LG 주주나 채권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가. 문제가 복잡하고 일이 꼬일 때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라’는 조언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LG 주주는 채권자의 입장으로 그리고 채권단은 주주의 입장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니 어떤 해법이 각자의 역할에서 가장 유리한지를 경제적ㆍ시장원리적 관점에서 다시 판단해보는 것이다.
LG그룹 입장에서 보면 첫째의 대안은 LG카드의 주주나 채권자의 위치에서 모두 손을 떼는 방법이다. 현재의 1조2,000억원의 채권을 모두 매각하면 된다. 현재 채권단은 2,600억원의 캐시바이아웃을 제안하고 있다. LG카드의 속박에서 명실상부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나 현재 최소 연7.5%의 고수익 투자원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둘째, 현재의 채권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되 출자전환에는 응하지 않는 방법이다. 즉 채권단이 추가출자분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의 고수익투자는 유지할 수 있으나 LG그룹의 출자전환 미참여를 이유로 한 채권단의 지원이 중단돼 LG카드가 청산되면 최대 피해자로 전락할 위험도 상존한다.
셋째, 채권단의 요구대로 출자전환에 응하는 방법이다. 이번의 공동대응으로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고 더 이상의 추가적 부담 없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다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LG주주나 채권단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결국 이번 지원조치가 진정 LG카드 경영 정상화의 완결판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관건이다. LG 대주주는 이에 대해 경제?관점에서 냉철히 분석하고 그 검토 의견을 프로답게 밝혀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가 아니라 단지 1차 합의사항을 이행했기 때문에 도덕적ㆍ법률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비겁한 시장 플레이어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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