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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세월호 유족 아시아 신도 중 첫 단독세례… 미어졌던 마음 위로받다

■ 파파의 특별한 힐링

세례명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 이씨 "부끄럼없이 남을 위해 살것"

단식으로 지친 유민아빠 김영오씨, 시복식 참가자 중 단독 위안받아

세월호 참사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지 넉 달, 가슴이 미어졌던 두 아버지가 '파파' 프란치스코로부터 특별한 '힐링'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단원고 2학년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3)씨와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

이씨는 17일 '프란치스코(Francesco)'라는 본명(세례명)을 얻었다. 파파 프란치스코와 똑같은 이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렸을 적 세례명을 정했을 때처럼 평생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온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따르겠다는 이유에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세례식은 이날 오전7시께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대일로 집전했다. 이씨와 가족만 참석한 채였다. 이로써 이씨는 아시아 1억여명 가톨릭 신자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단독 세례를 한 첫 신자가 됐다.

앞서 이씨는 지난 15일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세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 팽목항에서 다시 대전까지 900㎞의 고행길을 '아이들의 소중한 씨앗이 세상에 뿌리내리기를'이라는 바람이 새겨진 1.3m의 십자가를 지고 와서였다. 이씨 자신도 교황이 요청을 들어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잠시 생각하던 파파 프란치스코는 흔쾌히 개인 세례를 승낙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얻은 이씨는 "교황님께서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아달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앞으로 남은 평생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남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 것"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앞서 16일 김영오씨도 간절하게 '파파'를 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퍼레이드 행렬이 그가 있던 이순신 동상 앞을 지나갈 때였다. 34일째 이어진 단식으로 몸무게는 40㎏대로 접어들어 움직일 때마다 갈비뼈가 장기를 찌르는 아픔을 안고 파파를 불렀다. 김씨를 알아본 파파 프란치스코는 차에서 내려 김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김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잊어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세월호"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교황은 따뜻한 눈빛으로 일 분간 그의 손을 잡았다. 김씨가 건넨 편지도 호주머니에 넣었다.



17일 전날 그 자리에서 만난 김씨는 교황과의 일 분에 대해 "한 달 넘게 단식하며 버텼는데 결국 (교황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위안을 받았다"며 "늘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편에 서주는 교황님이라고 들어왔는데 정말 그런 분이었다"고 전했다. 2.4㎞에 이르는 카퍼레이드 행렬에서 교황이 차에서 직접 내려 시민에게 다가간 건 17만명의 참가자 중 그가 유일했다. 그는 교황과의 만남을 계기로 천주교에 입교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그는 "희생자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도 국가도 모른 척했던 것을 교황께서는 이해하려고 했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기도해달라'고 편지에 썼다"고 전했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자마자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5일간 유례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매일 같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만나고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파파 프란치스코식' 위로를 건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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