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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7월 7일] 온두라스 군부의 과잉대응

파이낸셜타임스 7월 6일자

30년 전 냉전 시절 중남미의 20개국 가운데 13개 나라가 좌파 게릴라들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운 독재적인 군사정권에 의해 지배됐다. 냉전 종식 이후 중남미에서는 그동안 쿠데타가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온두라스 군부가 지난주 현 호세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코스타리카로 추방하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예전의 군부독재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답하겠다. 당시 미국과 그 하수인 역할을 한 중남미의 군사정권들이 얼마나 악질적이었는지 상기해보자. 미국은 지난 1983년 그레나다를,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해 마치 19세기의 약탈자처럼 악행을 저질렀다. 그 시절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및 과테말라 등의 중미 국가에서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전 동안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으며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이들 꼭두각시 정권을 지원하고 있었다. 온두라스는 당시 미 정부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교두보로 이용됐다. 그러나 지금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한 에콰도르ㆍ볼리비아 및 니카라과 등 미국에 적대적인 볼리바리안 동맹국의 지도자들이 셀라야 대통령을 즉각 지지한 것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 쿠데타를 반대하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대지주 출신인 셀라야 대통령은 우익정당인 자유당 후보로 지난 2006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지난해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자’ 동맹에 참여했다. 이는 무엇보다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차베스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통해 집권연장에 성공한 능력을 배우려는 의도도 있었다. 셀라야 대통령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집권연장을 시도했으나 그 결과는 군부에 의한 추방이었다. 온두라스 군부가 헌법개정을 위한 조기 국민투표를 강행하라는 셀라야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옳다고 보지만 그를 축출한 것은 잘못됐다. 셀라야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인 임기를 무리하게 연장하려 했다면 국회에 의해 탄핵됐을 수도 있다. 군부의 과잉대응은 아직 뿌리가 깊지 않은 이 지역의 민주주의를 약화시켰으며 급진적인 차베스 대통령이 이를 미국의 음모로 몰아 중남미 지역의 세력결집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주기구(OAS)가 주장하듯이 셀라야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게 온두라스 대통령직에 복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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