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니는 A씨(34)는 2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걱정이 태산 같다. 3개월 전에 태어난 아기와 함께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공장이 언제 폐업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만약 퇴사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자동차 계열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요즈음 하루하루가 힘들다. 회사에서 암암리에 정리해고가 진행 중인데 일부에서는 '휴가를 많이 쓴 사람 순으로 해고한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어 해고 압박감에 짓눌려 있다. 해고되면 다른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가족 얼굴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로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위치한 지방의 가정경제가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동결 등에 따른 고용 보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엔 일감이 없으면 문을 닫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길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현재 체불임금은 4만2,166명, 1,7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4%, 71.2% 늘었다. 또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는 10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7,000명(76.6%) 급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실제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안산ㆍ반월 공단과 자동차 관련 사업체가 밀집한 인천과 울산 등 지방 공단 내 상당수의 중소규모 사업장의 직원들이 해고와 임금체불로 인한 고용 불안감에 떨고 있다. 특히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중소형 사업장이 경영 위기 속에 폐업 또는 정리해고를 실시하면서 직장을 잃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해 살길이 막막해진 서민들은 가정을 정상적으로 꾸리는 것조차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든 경기상황이 중소형 공장들의 경영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데다 자금줄마저 막혀 임금조차도 융통하지 못한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 인천의 자동차 부품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C씨는 "회사경영이 어려워 보너스 전액과 급여 일부가 삭감돼 2만원 짜리 아이들의 학습지마저 끊었다"며 "임금이 더 깎여 실업급여마저 줄기 전에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조선업체에 근무했던 D씨는 "회사가 퇴출 사업장으로 분류되면서 직장을 잃으면서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도 해고와 임금체불로 '코리안드림'이 산산조각 났다. 울산의 중소 조선사 외주업체에서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 E(중국)씨 등 20여명은 공장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서 각각 월급 200여 만원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잠자리마저 잃으면서 생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울산노동지방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체불임금 관련 신고가 갑작스럽게 늘기 시작한 뒤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경기 영향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되는데 자칫 가정 경제 위기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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