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출장차 처음 가 본 인도는 듣던 대로 묘한 나라였다. 갠지스 강가의 화장(火葬)같은 성스러운 의식을 보지는 못했지만 슬럼 같은 지역 가운데 자리한 특급호텔마저도 극빈과 최상위의 공존처럼 보이며 이국적이었다.
또 세계 각국의 차종들과 출고한지 30년은 돼 보이는 버스, 삼륜차인 닉샤가 뒤엉켜 일어나는 끔찍한 정체 역시 인도인들의 입버릇인 'no problem'과 'a part of life'앞에서는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12억명이 넘는 인구대국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혼돈스러워 보이는 인도가 어떤 동력으로 오는 2020년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영국 CEBR)이 가능할까.
물음에 대한 답까지는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델리모터쇼가 열렸던 뉴델리의 박람회장 프라가티 마이단(Pragati Maidan)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세계 주요 모터쇼가 아니기에 취재진에게 낯설었던 델리모터쇼는 화려했고 규모 또한 컸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모든 완성차 업체는 물론 배기량 800㏄ 미만의 경차들이 즐비한 인도에서 과연 몇 대나 팔릴까 의심스러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멋있게 꾸며진 부스에서 현지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한 타타모터스와 쌍용차를 계열로 편입시킨 마힌드라그룹이 자사 전시관 일부를 계열사 전시 공간으로 할애한 것에서도 인도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였다.
언론에만 공개되는 프레스데이 치고는 너무 많은 관람객이 붐벼 힘들어 하는 취재진에게 마힌드라그룹 관계자는 "프레스데이가 끝나고 일반 관람이 시작되면 전시관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찰 것"이라며 위로했다.
모터쇼 장을 빠져 나오면서 '신흥시장은 바로 이런 곳'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놀라운 성장성에 현재보다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대비해야 하는 곳, 그런 나라가 신흥시장이었다.
최근 KOTRA 해외 지역본부장들은 올해 세계시장 진출확대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자유무역협정(FTA), 한류와 함께 신흥시장을 제시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브릭스(BRICs)국가의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수출로 승부를 내야 하는 국내기업들의 신흥시장 확대 전략에도 소홀함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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