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막바지 절차에 들어갔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왕정 산하의 공공투자펀드(PIF)가 초기 자본금 54억달러(200억리야드)로 올해부터 글로벌 투자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사우디가 약 3,300억달러에 달하는 오일머니를 다수의 비공개 국부펀드를 통해 굴리고 있다는 추측은 있었지만 확인된 바 없었다. 대외투자에 보수적인 사우디는 최근 서방시장에서 걸프국가 및 중국 국부펀드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많아진 것을 감안해 적은 자산에서 출발,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는 수천억달러의 오일머니를 갖고도 최근 급성장한 국부펀드의 대열에 끼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국부펀드 설립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로 사우디의 내수시장을 꼽는다. 걸프협력회의(GCC) 소속국인 다른 이웃국가들에 비해 사우디는 국내외 거주 인구만 2,000만명이 넘는다. 이는 다른 GCC국가의 인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따라서 사우디는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오일머니가 내수로 충분히 소비되는 여력이 있다. 굳이 국부펀드를 조성해 해외투자를 하지 않아도 됐다. 사우디는 1970년대 제1차 오일 붐 때 4년간 당시 전체 석유 수입의 40%를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 구축에 쓴 것으로 추정됐다. 또 최근 중국 등 보유외환이 많은 국가들이 국부펀드 투자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 사우디의 보수적인 시각을 돌려 놓았다는 분석이다. 사이드 알샤이크 사우디 국립상업은행(NC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4억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일단 ‘발을 한번 담궈보자’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미 컨설팅 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의 규모가 3조5,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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