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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3월 23일] 이오의 공전주기
입력2009-03-22 18:55:09
수정
2009.03.22 18:55:09
목성의 위성인 이오가 목성을 한번 도는 데 걸리는 공전주기는 1.77일이다. 그런데 지난 1600년대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조금 빠르게, 어떤 때는 조금 느리게 돌았다. 사람들은 이오가 움직이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목성 주위에 구름 같은 게 끼어 있어 이오의 움직임을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이었다.
뢰메르라는 덴마크 청년은 생각이 달랐다. 모든 사람들은 지구에서 목성을 바라보면서 이오가 불규칙한 공전주기를 보이는 이유를 연구했지만 뢰메르는 목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시각을 달리했다. 목성에서 보면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목성에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구가 목성에서 멀어져 있으면 빛의 도달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오의 공전주기가 길어지고 지구가 목성과 가까워지면 반대로 이오의 공전주기는 짧아지는 것이다.
이오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지구 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정작 이오의 공전주기를 불규칙하게 보이도록 한 것은 지구인데 오히려 이오에 문제가 있다고 접근했으니 말이다. 입장 바꿔보기는 이래서 꼭 필요하다.
요즘 노동계를 취재하면서 다들 이오로 가서 지구를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얼마 전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일당 1만5,000원짜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했을 때 그곳에 있던 많은 일용직 근로자는 코웃음을 쳤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데 무슨 교육훈련이냐. 그 돈으로 식구가 하루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그들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안 모색을 했더라면 조금은 더 나은 대책이 나왔을 것이다.
전경련이 추진하고 있는 대졸 초임 삭감도 같은 사례 중의 하나다. 노조와 아무런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거센 반발만 사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조의 의견부터 들었더라면 내용도 좀더 세련되고 노조의 협력도 얻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회사 측이 임원 연봉 삭감부터 발표했다면 노조 측으로부터 박수는 물론이요 화답까지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노동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그럴수록 이해당사자 간에, 정책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적극적인 입장 바꿔보기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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