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생계형 삶’을 위해 몸부림치는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인사들의 후안무치한 발언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생계형 범죄’로 규정하고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너무나 어리석은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면서 지금 ‘의미 없는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며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대검 출두 당일 노사모는 목에 노란스카프를 두르고 노란 풍선을 흔들며 “사랑합니다, 노짱님”을 외쳤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떠나기 전 노 전 대통령은 수백명의 노사모 회원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대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100만달러 관련 의혹과 500만달러 관련 의혹, 청와대 공금횡령 등을 조사 받았으나 의혹 사실 등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들은 부정선거로 해외망명을 해야 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 절대권력을 누리다 한발의 총성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부정부패로 영어의 몸이 됐던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리문제로 아들을 감옥으로 보내야 했던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참담한 결말을 수차례 봐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들이 저 모양이니 도대체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지 반문하고 싶다.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은 면할 수 없기에 공과 사를 분명히 하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연인의 구속, 혹은 불구속이 아니라 그의 진솔한 고백이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떳떳이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더 이상 애처로운 모습이나 구차한 변명으로 국민들의 동정을 구걸해서는 안 된다. 검찰 역시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정치적 압력을 극복하고 엄정한 수사를 해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죽은 권력’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 ‘박연차 게이트’의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권력형 비리 차단 계기되길
차제에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도덕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절대권력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유야무야해지고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이 부당하게 남용되면 국민은 정의와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패권력에 부단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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