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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아파트 '기존 소형 50% 유지'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지만 정작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서울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이 같은 방침이 독립기구인 도시계획원회의 판단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가 이를 먼저 위원회 측에 제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일 서울시와 강남구, 일선 재건축단지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일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이후 재건축 소형 주택 확대 여부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흘이 넘도록 관련 보도자료나 해명자료는 물론 이에 대한 공식 브리핑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강남 재건축 소형 주택 확대 논란은 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가 개포지구 재건축계획안에 대해 "기존 소형 주택의 절반 이상을 재건축 후에도 유지하라"며 보류 판정을 내린 후 불거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시와는 별도로 소위가 논의한 사안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며 "도시계획위 본회의 이후 소형 주택 비율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4일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위 의견이 시 방침이며 조례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뒤집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건축 소형 확대 방안은 소위가 검토하고 시가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시가 먼저 이 같은 방침을 만들고 소위에서 이를 반영해 개포지구 일대 4개 단지 추진위 측에 요구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 과정에서 임대주택과가 소위에 소형 주택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소위가 이 방안의 수용 여부를 추진위 측에 묻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사실상 도시계획위원회에 기존 소형 주택 50% 유지 방안을 먼저 제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위 결정 전 이미 서울시가 50%안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지금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회피하면서 "본회의 결과 이후에 소형 주택 50% 유지안을 확정 발표하겠다"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일선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건축조합의 한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도 없다는 소위 의견이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시가 이 방안을 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미리 검토하고 준비한 정책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 부동산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종 상향 문제, 소형 주택 비율 문제 등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보면 결국 시 방침과 일치한다"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위원회 결정도 180도 뒤바뀐다면 독립기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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