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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특허소송 애국심 판결] 문제 많은 배심원제

삼성=카피캣 이미 단정<br>전문성 요구되는 소송에<br>아마추어들이 속전속결


애플이 미국 실리콘밸리 '안방'에서 삼성에 완승을 거둔 가운데 석연치 않은 평결 과정에 대한 뒷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허소송이 9명의 아마추어로 구성된 배심원제로 치러진 게 적절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배심원제의 특성상 일단 한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그만큼 치우친 평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심원단이 삼성과 애플을 각각 고의적인 '카피캣(모방자)'과 선량한 피해자로 미리 선을 긋고 재판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배심원단에서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벨빈 호건(67) 배심원은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삼성전자에 충분한 고통을 안겨주기를 원했다"며 "삼성을 봐주고(let off)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평결은 보편 타당하다"고 강조했지만 어느 정도 감정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호건은 비디오압축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특허를 보유한 전직 엔지니어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배심원인 매뉴얼 일레이건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열린 자세(open mind)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애플 편에 서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700여개에 달하는 쟁점사항을 다룬 평결 과정이 불과 22시간 만에 속전속결 식으로 진행된 것도 의문이다. WSJ에 따르면 자전거 가게 주인,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9명의 아마추어 배심원단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여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호건이 삼성의 특허침해 사실을 지적하고 가끔 질문이 나오면 이에 대답하는 식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제품 외형의 생김새)를 모방했으며 외관이 대체로 유사하면 특허침해에 해당한다"는 평결이 나왔다. 척 보기에 애플 느낌이 나면 무조건 특허침해라는, 애플에 극도로 유리한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배심원단은 반면 삼성이 제기한 필수표준특허 소송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경우 삼성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고 평결했다.

배상금액 책정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이언 러브 샌타클래라대 법학교수는 "애플은 삼성 제품이 없었다면 모든 소비자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했을 것으로 계산해 피해액을 산출했지만 이는 상당한 오류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당초 27억달러(3조64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WSJ는 이밖에 드레스코드에 관련한 평결의 뚜렷한 증거가 없어 향후 항소 과정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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