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을 대책 없이 조기 퇴직시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정년연장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의 폐해를 끊고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인원이 내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7년이면 민간 경력자와 5대5 수준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시범채용과 성과평가 없이 핵심인재 채용 시스템을 확 바꾸는 것은 세월호 참사로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 민간 경력자 채용비율을 늘리는 것은 관피아 대책이 될 수 없다. 공무원이 된 민간 경력자도 마찬가지로 관피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관피아의 폐해를 줄이려면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계의 퇴직공무원 수요를 줄이고 정년까지 일하는 직업공무원제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이 특정 부처에 얽매이지 않고 직무에 따라 여러 부처를 오가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조직·인사 시스템 구축도 필수다. 그래야 뿌리 깊은 기수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9~5급 공무원 학력 격차가 많이 사라진 만큼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통상 25년)을 줄이고 5급 공채를 6급 공채로 하향 조정해 내부경쟁을 강화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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