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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년보장도 안 하면서 관피아 규제만 해서야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반감과 2기 내각 출범 지연으로 100개가량의 정부 부처 고위공직과 공공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 신임 장관 취임을 전후해 적잖은 50대 초중반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과 후배들의 승진·전보 인사가 줄을 이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인사의 숨통을 틔우기가 녹록하지 않다. 퇴직관리에게 반대급부로 제공하던 낙하산 자리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을 대책 없이 조기 퇴직시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정년연장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의 폐해를 끊고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인원이 내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7년이면 민간 경력자와 5대5 수준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시범채용과 성과평가 없이 핵심인재 채용 시스템을 확 바꾸는 것은 세월호 참사로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 민간 경력자 채용비율을 늘리는 것은 관피아 대책이 될 수 없다. 공무원이 된 민간 경력자도 마찬가지로 관피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관피아의 폐해를 줄이려면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계의 퇴직공무원 수요를 줄이고 정년까지 일하는 직업공무원제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이 특정 부처에 얽매이지 않고 직무에 따라 여러 부처를 오가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조직·인사 시스템 구축도 필수다. 그래야 뿌리 깊은 기수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9~5급 공무원 학력 격차가 많이 사라진 만큼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통상 25년)을 줄이고 5급 공채를 6급 공채로 하향 조정해 내부경쟁을 강화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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