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의장 등 국제금융계의 거물들이 연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발언을 했다. 버냉키 의장은 20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증언에서 “우리는 주택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올해 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신용경색으로 인해 경기가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또는 통화확장 조치가 단행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서브프라임 부실과 변동금리 이자부담 등으로 모기지 상환 불이행과 주택차압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까지 주택시장이 큰 조정을 겪었지만 추가 조정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금융시장의 동요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인플레이션 안정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신용경색이 확대되면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국제금융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강력하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한편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은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불안하고 이것이 소비지출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주택가격은 사실 3%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분명히 더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RB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50%포인트 인하, 4.75%로 낮춘 게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지만 팔리지 않고 신규주택 물량이 넘치는 등 외부적으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보다 확실히 덜 낙관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미 지난 3월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3분의1 이상이라고 전망하면서 주택가격이 가구주들의 부(富) 형성에 기여하고 소비지출을 위해 대출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힌바 있다. 또 라토 IMF 총재는 국제신용시장 혼란의 여파로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구촌 경제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유엔 중남미ㆍ카리브경제위원회(CEPAL) 관계자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과 인도 경제는 평균 이상으로 성장하겠으나 신용시장 혼란의 여파가 올 4ㆍ4분기 중 남미 일부 국가에 미치고 이 때문에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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