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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임원 고액 연봉 공개 의무화로 외국인 임원들의 일본 엑소더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8일 "라훌 굽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신세이은행 임원 4명이 다음주 사퇴한다"며 "이들 외국인 임원이 일본 정부의 임원 연봉 공개 의무화 조치의 첫 번째 희생자라"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올 3월말부터 임원 고액 연봉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상장사들은 연봉 1억엔 이상인 임원의 연봉 내역을 이달 말까지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임원들의 연봉을 합산한 금액만을 공개했을 뿐 개별 임원의 연봉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신세이 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 현재 24%의 지분율로 제 2 대주주다. 그래서 신세이 은행의 외국 임원들은 적잖은 사퇴 압력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가메이 시즈카 전 금융상은 지난달 "국민들의 세금을 신세이은행에 투입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감독 및 지도 의무를 갖고 있다"며 "신세이은행 외국 임원들의 연봉이 터무니 없이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개별 임원의 고액 연봉 공개 의무화로 상당수 외국인 임원들이 일본 기업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임원들이 일본인 임원들에 비해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연봉 격차는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일본 기업들의 경우 임원 연봉을 그저 사업 비용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경우 성과 보상 내지 실적 제고를 이끌기 위한 유인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원 연봉 공개 의무화 조치는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는 일본 기업들이 유능한 해외 인재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WSJ는 "임원 고액 연봉 공개 의무화로 외국인 임원들의 일본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해외 인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이 은행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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