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회수를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국가간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 통화간 금리차를 활용해 차익을 올리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으로 외환 시장이 안정감을 찾고 있는 점도 환율 변동 리스크를 크게 줄여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적인 저금리 속에 일부 국가들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해 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기본적으로 통화간 금리차가 존재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캐리 트레이드가 급속히 사라졌던 것은 각국 정부가 금리를 일제히 내리면서 통화간 금리 차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서둘러 금리를 올리려는 국가가 나오자, 캐리 트레이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 특히 일본과 미국은 소비침체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당분간 0%대로 묶을 것으로 보여 이들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려는 헤지펀드 등이 나오고 있다. 최근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황금연못은 브라질.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올 들어 다섯 차례나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8.75%를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8월 중순 현재 총 4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브라질 헤알화에 투자됐으며, 그 결과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지난 2월말 이후 28% 가량 올랐다. 현재 기준금리가 각각 3.0%와 1.25%인 호주와 노르웨이도 조기 금리 인상 전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호주 달러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몰리면서 지난 2월말 이후 각각 29%, 14% 상승했다. 블루골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젠 이사는 "각국 정부가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 각국 통화간 금리 차이가 여전히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하면 캐리 트레이트의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다만 지난해에 비해 주식, 외환 등 금융 시장이 훨씬 안정돼 있어 캐리트레이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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