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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학습병행제 뿌리내리려면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한성대 교수)


지난해 50여개의 기업에 시범실시됐던 일학습병행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1,300개 기업을 선정해 이들 기업이 7,000여명의 학습근로자를 채용해 훈련시키는 것을 지원할 계획인데, 2017년에는 1만개 기업에서 7만명의 학습근로자 훈련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직자를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훈련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시키는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이나 스위스의 도제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한 기업기반 직업교육훈련제도로 볼 수 있다. 잘 운영되고 정착된다면 기업의 교육훈련 인프라 및 책무성이 미흡해 현장과 괴리된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를 진일보시키게 될 것이다.

기업이 단독 혹은 공동직업훈련센터를 활용해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할 수 있는데 공동직업훈련센터를 활용하는 경우 20인 이상 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숙련인력 미스매치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용을 확정하고 제도를 운영할 수 있으나 프로그램 실시 후 기업에서 평가를 거쳐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의 청년인턴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미취업 청년층을 대상으로 5인 이상 민간기업에서 인턴기회를 제공하는 청년인턴제의 경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정규직으로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종종 제기된다.

그러나 일학습병행제의 경우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현장훈련 교재제작 및 전담인력에 대한 행정수당 등도 지원해주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대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아직 실시 초기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학습병행제를 '선취업-후진학'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선취업-후진학'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산업계 주도의 직업교육훈련의 토양이 척박해 정부 주도로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업종별 단체가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는 물론이고 우리와 유사한 직업교육훈련체제를 가지고 있는 호주 등 일학습병행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은 업종별협의회(sector council)가 자율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와 이에 기반한 훈련을 기업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하기보다는 업종별 단체(가능하면 노동단체까지 포함)들이 기업의 발굴 및 제도운영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내 훈련에 대한 철저한 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참여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현장경험이 풍부한 트레이너와 실습장비 확보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훈련받은 기업에서 채용하지 않더라도 개발되고 축적된 역량으로 다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훈련의 성과를 검증하고 평가해 시장에서 인정받은 연관된 자격들도 개발돼야 한다. 관련해 현 정부에 들어서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국가직무능력표준 및 국가자격체계와의 연관성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과 노동시장의 직업훈련을 주관하는 정부부처가 다른 다소 특이한 직업훈련제도를 갖고 있다.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일학습병행제가 시행될 때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해소가 완화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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