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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1일] 눈앞의 예산에만 급급한 지자체

"예산 더 달라고 왔는데 정부가 반대하는 지방 소비세 확충 얘길 왜 꺼냅니까"(도지사)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 호텔에 전국 16개 시도지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처 차관이 이들과 마주했다. 예산 처리를 앞두고 지방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므로 9월말 확정할 지방 소비세ㆍ소득세 신설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란 게 당 관계자의 말이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초안은 지방 정부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 기자들은 지방 정부가 반론을 내세우리라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등의 초안은 지방 소비세ㆍ소득세를 신설해 지방이 가져가는 액수만큼 중앙정부가 지방에 주던 교부금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재정부는 '지방 정부가 재정 자주권을 갖는 의의'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지방은 '명분인 지방 소비세는 물론 실익인 교부금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의에선 지방 소비세ㆍ소득세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지방은 오히려 "당이 지방 소비세 도입에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허남식 부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라며 고개를 숙였다. 회의 내용을 보면 지방 소비세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 것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제스처임을 알 수 있다. 각 시도는 돌아가며 지역 현안 사업의 필요성을 부처와 당에 설명했다. 내년 예산 편성에서 '갑'인 재정부에게 돈을 더 받기 위해 지방 정부가 기꺼이 '을'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두 가지 점에서 옳지 않았다. 지방 정부가 재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치자. 나중에 지방 소비세ㆍ소득세를 도입하되, 교부금을 더 달라고 요구할 명분은 약해진다. 반대로 재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더욱 아쉽다. '지원군'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곁에 두고도 재정부에 지방 소득세ㆍ소비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기회를 놓친 격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날 정부와 당 관계자는 시시각각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눈앞의 예산을 위해 중앙정부에 어제는 독립하고 오늘은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태도를 참기 어려웠던 탓은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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