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오르는 것보다 휘발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쯤 가져볼 만한 궁금증이다. 그 이유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과는 상관없이 실제 각국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의 수요와 공급 요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17일 국제유가가 휘발유 가격의 기준가격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휘발유 가격은 개별 국가의 수요와 원유 정제시설 및 생산능력 등 공급요인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도했다. 휘발유 관련 소비자 단체인 오일와치의 팀 해밀턴 컨설턴트는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된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라"며 "모든 휘발유 가격은 실제 소비되는 나라의 안마당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CNN머니는 미국의 경우 자동차 증가 등으로 휘발유에 대한 수요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반면 원유정제 시설 및 생산능력은 30년 전 그대로 멈춰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메이저 정유 회사들이 휘발유를 비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어 공급이 계속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휘발유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휘발유의 가격 결정요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팀 해밀턴 컨설턴트는 "당신이 알고 있는 휘발유 가격은 정유업자들의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며 "정제된 휘발유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를 수 밖에 없으며 모든 이익은 정유업자들의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태풍 카트리나 피해 당시 배럴 당 78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현재 64달러 선까지 18%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격은 당시 갤런 당 3.03 달러에서 현재 3.14 달러로 큰 변화가 없다. 휘발유 가격은 올 1월 말 갤런 당 2.2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며 3달러를 다시 돌파한 상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휘발유 가격은 42%가 올라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가장 큰 요인은 수요증가. 지난 4월 미 북동부 지역이 여느 때 보다 추운 날씨를 보이면서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렸다. 또 다른 요인은 이라크 전쟁이나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요인들이다. 정유 업체들이 생산시설의 유지 보수 등을 이유로 생산능력의 90% 이하를 가동하며 공급량을 조절한 것도 휘발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휘발유 가격 급등은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휘발유의 미래 가격을 보여주는 휘발유 선물 가격은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버틀러 대학의 피터 그로스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이후 국제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올해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떨어진 수준"이라며, "유가는 올 여름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당분간 휘발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EIA는 지난 16일 리포트에서 수요 급증으로 올 여름 휘발유 가격이 3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휘발유 가격이 갑자기 급락한다고 해도 수요가 몰리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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