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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내 주행시험장(165만㎡). 기아차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K7으로 수입차와 첫 비교시승회를 가졌다. K7과 수입차 비교시승회를 가진 데는 최근 사기가 오른 기아차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 K7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일명 준대형차인 ‘그랜저급 시장’을 독주해 온 형제 현대차의 그랜저를 꺾고 이 시장 정상에 올랐다. 이 날 K7의 상대로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인 도요타 렉서스 ES350, 혼다 어코드 3.5가 선택됐다. 시승 모델은 K7의 최상위 모델 VG350으로 제원상 전장 4,985mm에 전폭 1,850mm, 전고 1,475mm이다. 출력과 토크는 동급 최강인 각각 290마력, 34.5kg.m의 람다 II 3.5 MP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ES350과 비교시 전장은 105mm, 전폭 30mm, 전고 25mm가 길고 휠베이스 역시 70mm나 더 길어 크기도 동급 최대다. 어코드에 비해서도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20mm, 45mm 더 길다. 시승행사는 직선 경주인 400m 드래그레이스와 5가지 코스로 이뤄진 주행 테스트 및 고속주행 체험으로 이뤄졌다. ◇K7 Vs ES350, 4전 4승 400m 드래그레이스에서 K7이냐 ES350이냐 시승차 선택은 자유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ES350을 선택한 기자들은 모두 패했다. 직선경주에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 출발. K7의 출발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제로백(0-->100km/h)이 한 몫 했다. K7은 6.7초로 ES350 보다 0.2초 앞선다. 시속 80km 구간부터 위력을 발휘하는 가속력 또한 290마력의 동력성능이 숫자에 불과하지 않음을 깨닫게 했다. “하나! 둘! 셋!” 경기 요원의 레이스 출발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K7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K7은 옆 라인에 서 있던 ES350이 주저하는 사이 출발과 함께 5m를 앞서 나가더니 14~15초 만에 400m에 도달했다. 완벽한 승리를 확인한 후 브레이크를 밟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지했다. 레이스 도중 최대 시속은 180~190km 가량이 나왔는데 K7이 고속안정성이 뛰어난 덕분에 고속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핸들링, 운전의 재미 배가 기아차가 준중형 포르테와 포르테 쿱에 이어 편안함이 초첨이 되는 준대형 세단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핸들링이 젊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방향을 설정한 만큼 K7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ES350과의 대결에서 뒤지지 않았다. 슬라럼 코스(급회전)에서도 차체의 쏠림이 거의 없었다. ES350의 경우 핸들링 코스에 맞춰 핸들을 격하게 꺾을 때 마다 차체가 쏠리며 경보음과 함께 차체제어장치(VDC)가 작동했다. 가속력과 급제동을 테스트 하는 직선 코스에선 K7의 가속력이 ES350 보다 반박자 빨랐다. 시속 120km 정도의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두 모델 모두 제동력이 좋았다. 반면 정숙성은 역시 렉서스가 우세였다. 혼다 어코드는 모든 면에서 상대적인 열등을 보였다. K7과 ES350의 진정한 성능 비교는 테스트 드라이버가 시험 운행한 벨로드롬 형태의 고속주행로에서 느껴졌다. K7은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스티어링 휠의 떨림이 거의 없는데다 차체가 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시속 180km로 달리는 도중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꺾으며 차체를 움직였지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여전히 안정을 보였다. ES350에 오르자 같은 200km의 고속이지만 느낌이 달랐다. K7 보다 정숙성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드라이빙의 재미가 떨어졌다. 고속에서 안정감이 없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차가 좀 떠있는 듯했다. 테스트 드라이버로 나선 기아차 남양연구소 소속 차량 개발 연구원은 “K7은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다이내믹하게 개발했다”며 “날카로운 핸들링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어디에 내 놔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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