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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4월 3일] 게임중독 대책 시급하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모친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서울 용산의 한 PC방에서는 무려 5일 동안 밤을 새가며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또 식사도 거른 채 게임에 몰두하던 30대 실직자가 영양실조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지난달 수원에서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돼 자신의 3개월 된 딸을 굶어 죽게 한 비정한 부모가 나타났다. 아이가 하루에 한 끼의 분유만 공급받은 까닭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고 한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경악하고 있고 이 뉴스는 CNN에서 해외토픽으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중독·폭력성 강한 게임은 위험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가 굶어 죽는 것도 망각하고 또 방치할 만큼 위력을 발휘하는 사이버 게임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떻게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 된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분유 주는 것을 잊고 며칠씩이나 저녁부터 새벽까지 12시간을 게임에 빠져 있을 수 있을까. 이건 분명 인간이 제정신의 상태에서 벌인 일이 아닐 것이다. 무언가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시켜 인간의 근원적 본능인 모성애마저 마비시켜버린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고 보면 사이버 세계는 더 이상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더구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굶어 죽게 한 부모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가상의 아이를 키우는 게임에 몰두했다는 얘기에 이르면 우리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가 가상 세계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어른들이 현실의 자기 아이와 사이버 세상 속 가상의 아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것이고 이들은 도대체 앞으로 사이버 세계에서 게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현실에서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을 구별이나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현실 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을 가상세계에서 실행할 수 있고 억제됐던 욕구와 불만을 거침없이 발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자들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겪으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울 뿐 아니라 현실 세계와 컴퓨터에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상세계의 폭력성을 그대로 현실에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게임 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중독만큼이나 무서운 것 같다. 게임 중독은 마약ㆍ알코올 중독처럼 뇌를 손상시키고 자제력을 잃게 해 자신의 몸 상태가 망가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마약을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중독성이 있고 인간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폭력성과 중독성이 강한 게임은 가령 '향정신성게임등에관한법률' 등을 제정해 금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등 필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게임 이용자의 장시간 게임 이용을 억제하는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게임 과몰입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확대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의 게임 과몰입 대응 방안까지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도입 내지 오후 10시 이후 PC방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새워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게임 중독을 막지 못한다면 얼마 안 가 국민의 상당수가 게임 중독자가 될 것이고 그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도덕과 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자식이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한다고 꾸짖는 부모를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하고 젊은 부모가 게임에 빠져 자신의 갓난아기를 굶어 죽게 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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