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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칼을 한 번 뽑았으면…

[기자의 눈] 칼을 한 번 뽑았으면… 현상경 기자 hsk@sed.co.kr "뭐야, 지난번에는 세금 올리자고 하더니."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본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일반 시민들도 그랬고 '증세논쟁'의 주범 내지 공범으로 꼽힐 만한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18일 신년연설 당시 대통령의 멘트는 "세금을 올리자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예산절약과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득이 빤한데 아껴쓰고 줄여써도 답이 안 나온다면 도둑질이라도 해서 더 버는 수밖에 없다. 비록 뒷말이 생략됐지만 행간의 의미를 따지자면 '결국 앞으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딱 1주일 뒤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나왔다. 지난 연설에서 대통령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던 세출구조조정이나 예산효율화도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이유다. 심리학에서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먼저 제공된 이미지나 정보가 나중의 것보다 뿌리깊은 인상을 남기고 더 큰 영항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TV드라마와 축구프로그램 사이에 방영된 18일 대통령의 첫번째 연설과 평일 오전대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을 비교하면 두말할 것도 없다. 첫 연설의 여파가 기억에 남은 국민들로서는 "1주일새 말이 바뀐 거 아닌가"라고 느낄 만하다. 여론 탐색용으로 강력한 증세방안을 '툭'하고 던져봤더니 반발이 물밀듯 일어나자 슬그머니 발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하긴 형식논리로만 따진다면 이번 기자회견과 지난 신년연설의 내용이 배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앞으로 증세를 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있는 것 같아 당장은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 황금시간대를 써가며 내린 결론이 이 정도라면 왠지 싱겁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이왕 칼을 뽑았다면 차라리 더 당당히,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게 일관성 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입력시간 : 2006/01/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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