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은 긴 연휴에 보탬이 된 공휴일이라 하여 ‘자비롭게 오신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세월호 대법회 때문에 추모 분위기와 ‘영가 천도’(불가에서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의미)를 위한 기도로 인해 크게 연휴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부산 도로가 막히기도 했고, 이웃나라 일본이나 홍콩으로 다녀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지을 정도로 긴 휴일이었죠.
다시 하루 늦은 부처님 오신날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법정 스님이 좋아하셨다고 하는 초기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우리가 중국 글자로 된 정통 경전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직설’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존경하는 석가모니는 인도-네팔 지역의 농경 지대 정서를 갖고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경전 안에는 다양한 나무, 논밭, 소와 같은 농사와 관련된 비유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진 바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진흙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을 낳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하지도 말라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하기야 부처님은 있던 자식과 부인마저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난 분이었습니다. 자기를 얽어매는 모든 사회와 주변의 규정을 벗어버리고 오로지 ‘혼자’만의 여행을 추구한 것입니다.
사실 혼자가 되는 일은 현대인에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밥 먹는 것도 하나의 사회적 행위로 규정짓는 시대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니요.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의 모바일 메신저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 밥을 먹고 대화를 하지는 않더라도 카톡 정도는 하고, 메신저에서 누군가 나를 차단하면 실제 인간관계조차 끊겼다고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한때 젊은 세대들이 ‘네이트’ 메신저를 많이 사용할 때 상대방이 나를 차단했거나 삭제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이 유행한 바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와 소통하기를 거부한다는 것, 정말 기분 나쁘고 몸서리쳐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무소의 뿔, 즉 코뿔소의 뼈가 변해 만들어진 뿔이 그런 것처럼 혼자서 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의 선택이 온전한 스스로 의사결정에 의해 내려지지 못하는 이 시대에 말이죠. 갑자기 현대인은 밴드웨건(Bandwagon),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중에 모방해 행동을 취하는 확산과 전염의 희생양이라는 사회학자들의 말이 떠오릅니다.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주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그렇게 되는 사회. 가끔 우리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같이 있을 때의 가치를 더 잘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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