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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12일] 끝나지 않을 싸움

지난해 조두순에 이어 올해는 김길태 사건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10일 부산 사상경찰서 앞에서 김길태가 압송되는 모습을 보며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흉악한 범죄자가 잡혔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검거 소식을 듣고 경찰서 앞에 모인 시민들의 살벌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사건에 분노한다'는 사실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혀준다. 여기까지가 시민의 정서라면 이를 국가의 모럴이나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는 국회는 여전히 한가롭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야단법석을 떨며 20여건의 성범죄 방지 법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를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들은 보다 큰 목표(?) 때문인지 법안 통과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성범죄는 매우 골치 아픈 사안이다. 미국의 몇몇 주정부와 유럽 국가들이 성범죄자에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일본의 경우 성범죄 전과자 중 10%가량이 출소 후 소재 불명이다. 출소시 거주지 등을 기록하도록 하지만 세세한 규정과 사후관리 절차가 없기 때문에 쉽사리 감시망을 빠져나간다. 성범죄자의 진짜 문제는 과도한 성욕이 아니라 사람을 장난감쯤으로 바라보는 사고관 때문이라고 한다. 성범죄는 단순히 한두개의 방어막이나 법규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지리하고 치열한 싸움을 펼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성범죄와 관련한 국회의 늑장대응에 원성이 높아지자 국회의원들이 부랴부랴 이달 말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민생법안에서처럼 여론에 등 떠밀려 움직이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일회성에 그치기가 십상이다. 여의도 동향을 확인할수록 악착같이 돈을 벌어 CCTV가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생업에 앞서 어린 자녀들 보호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것이 불행을 피하는 첩경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야수 같은 성범죄자의 마수에서 힘없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벗어나게 해주려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 노력은 더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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