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수호등 적극 나선 '행동하는 교황'<BR>130여국 순방 종교간 갈등 해소 힘써<BR>동구권 해체· 냉전종식 힘실어 주기도<BR>보수주의 성향…가톨릭개혁엔 소극적
| 1981년 5월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터키 극우파의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 |
|
| 2000년 바티칸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접견 |
|
| 2005년 1월3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중 창문 안으로 날아온 비둘기를 쫓아내는 모습
|
|
요한 바오로2세는 누구인가
인권수호등 적극 나선 '행동하는 교황'130여국 순방 종교간 갈등 해소 힘써동구권 해체· 냉전종식 힘실어 주기도보수주의 성향…가톨릭개혁엔 소극적
교황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서 한 여인이 복받치는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자 수녀가 위로를 해 주고 있다./바티칸=AP연합뉴스
교황의 12살 때 모습
1981년 5월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터키 극우파의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
2000년 바티칸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접견
2005년 1월3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중 창문 안으로 날아온 비둘기를 쫓아내는 모습
인류의 미래를 밝히던 또 하나의 ‘등불’이 꺼졌다.
2일(현지시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20년 폴란드 남부 바도비체에서 예비역 육군 장교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때 철학을 공부하며 연극배우 생활을 하기도 했던 순수 청년은 성직에 뜻을 안고 나치하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던 크라코프 신학교를 졸업, 1946년에 사제가 틈?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취임 3주만에 사망하자 58세의 폴란드 추기경이 교황청에 의해 차기 교황으로 추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상 사람들은 교황이 너무 젊다는 사실과 이탈리아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전 교황들이 교권수호에 전념한 것과는 달리 세계를 누비며 ‘행동하는 교황’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8개국어에 능통한 교황은 재임기간 중 100여차례 해외 사목방문에 나서 전세계 130여개국을 돌아다녔다.
그는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씨앗’이 있음을 선언하고 세계 모든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을 주재하는 등 종교간 갈등을 줄이는데 힘써 11억 가톨릭 신자 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을 받았다.
특히 그는 나치즘의 박해와 폴란드의 공산화를 경험한 탓에 공산주의에 완강히 반대했으며, 동구권 해체와 냉전종식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또 교황은 과거 교회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지른 불관용(不寬容)과 나치치하 대 유대인들의 학살에 가톨릭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 등 전체주의 정권 하에서 인간기본권의 유린을 묵인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용기를 보였다.
잘 생긴 용모에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시를 쓰는 문학도였으며, 연극과 노래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었던 자유주의적 기질을 갖고 있었지만 임기 동안 교황청의 기본적 보수주의 색채는 엄격히 유지했다.
이 때문에 가톨릭 대중화에는 기여했으나 가톨릭계의 개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근엄한 모습 속에서도 따스함과 재치를 잃지 않는 ‘부드러움’으로도 유명하다.
폴란드 출신인 교황은 1978년 10월22일 자신의 즉위식 후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자신의 이탈리어 발음이 틀리면 지적해 달라고 솔직히 호소했고, 지난 2000년에는 캐나다에서 온 젊은 순례자들을 접견하면서 찰리 채플린처럼 자신의 지팡이를 돌리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 호흡곤란 증세가 악화돼 기관(氣管)절제 수술을 받은 후 마취에서 깨어나자 마자 그는 “그들(의사)이 내게 무슨 일을 한 거지?”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제 전세계인은 ‘혼란 속 정신적 지주’이자 ‘역경 속 희망’이었던 그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됐다.
최윤석
기자 yoep@sed.co.kr
입력시간 : 2005-04-03 18:0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