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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문으로 시작된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ㆍ경제 위기는 경제적 갈등은 물론 정치ㆍ사회적 분열과 양극화로 이어졌다. 정권 출범 후 첫 조각에서 잘못 끼워진 ‘부자 정권’ 이미지는 지난 1년 내내 이명박 정권을 괴롭혔다. 그러나 리먼 사태가 진정되고 세계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미약하게나마 감지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이제 ‘중도실용ㆍ서민 중시’로 국정의 중심을 재설정, 방향을 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진보 대 보수 간 대립이 격화되고 여권 내에서도 국정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른바 ‘근원적 처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직전 제17차 라디오 연설에서 지역 및 이념 대립, 부정부패,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언급하며 “저는 요즘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1년여 전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진 촛불시위 행렬을 보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이 대통령의 고민은 깊었다.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는 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계 금융ㆍ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적 단합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론이 분열되는 ‘역설적 상황’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다. 이는 또한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정치적ㆍ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제3의 길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했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이 대통령의 행보는 상당 부분 ‘친서민ㆍ민생행보’로 채워졌다. 집권 초반에도 이 같은 행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표되는 친기업적이고 우파적 행보가 두드러졌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경제적인 약자인 서민과 중소기업에 강조점을 두는 것으로 한 클릭 좌측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경제위기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고 거꾸로 경기회복을 체감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서민과 중소기업을 끌어안지 않고는 ‘국민통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행동과 어젠다 제기로 보여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의 필요성을 제기한 지 꼭 두달 만인 8ㆍ15 경축사에서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려면 중도실용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스스로 답했다. 이 대통령은 “중도는 국가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위민의 국정철학’이며 실용은 국민의 삶과 괴리된 관념과 구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어온 친서민 민생행보가 결국 ‘중도실용의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친서민ㆍ민생 정책과 관련해 희망근로사업을 비롯한 보육지원정책과 대학등록금 지원정책 등을 설명하고 집 없는 서민을 위한 획기적 주택정책(보금자리주택 확대)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소득ㆍ고용ㆍ교육ㆍ주거ㆍ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도 꾸준히 챙겨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도 집권 이후 보여줬던 ‘일방주의’ 행태보다는 상대방의 의견과 동의를 구하는 ‘상호주의’적인 자세로 입장을 전환했다. 5년 임기 중 일부를 양보해야 할 가능성이 큰 현직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을 야당 측에 제안했다. 또 북핵 포기가 전제돼 있지만 북한에도 재래식 무기의 감축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제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끝난 후 라디오 연설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병상과 빈소도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화합과 통합이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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