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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일대 "고맙다, 소방도로"

낡은 주택가에 길 뚫리자 일부 땅 보상금 9억 대박<br>먹자골목 등 새상권 꿈틀<br>"임대료 상승 등 지나쳐 투자 신중해야" 지적도

소방도로 개설로 건물 일부가 철거된 이태원의 한 주택. 상권 형성 기대감에 건물 개축작업이 한창이다.


서울 용산구청 후문에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방면으로 이면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칼로 두부를 베어놓은 것처럼 비스듬하게 단면이 잘려나간 다가구주택이 눈에 띈다. 이태원역부터 용산구청까지 길이 240m, 폭 8m의 소방도로가 신설되며 토지 일부를 수용당한 집이 뼈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집 주변에는 도로공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태원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낡은 집이 모여 있던 곳에 커다란 길이 뚫리자 부동산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일대 부동산시장이 '소방도로 효과'에 꿈틀대고 있다. 9일 용산구청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 땅 주인들이 8억~9억원에 달하는 보상금 '대박'을 터뜨렸는가 하면 소방도로 주변이 보광동길 동쪽의 일명 '먹자골목'과 해밀턴호텔 뒤 '외국인식당 거리'를 잇는 이태원 제3의 상권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보상금 규모가 만만찮다. 소방도로에 편입된 땅은 3.3㎡당 보통 2,500만원선에서 보상이 이뤄졌다. 여기에 건물 자체에 대한 보상비가 많게는 1억원 이상 추가로 나갔고 수용된 건물에서 점포를 가지고 영업활동을 하던 사람에게는 영업보상비가 1,000만~4,000만원까지 주어졌다.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인근의 비교표준지를 선정해 땅값을 책정했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 절차가 비교적 빨리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보유 주택 일부가 잘려나간 사람은 남은 건물을 수리해 상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아예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지 않는 이유는 이럴 경우 건축한계선이나 사선제한 등의 규제에 해당돼 기존 건물보다 연면적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태원동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소방도로를 중심으로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등을 열기 위해 문의 해오는 수요가 많다"며 "공급면적 65㎡ 규모의 상가 임대료가 이미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선으로 형성될 정도로 물건이 귀하다"고 전했다. 일명 먹자골목 내 상가의 임대료가 월 70만~80만원선(공급면적 20㎡ 기준)임을 감안하면 넓이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임대료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임대료 상승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태원역에서 이태원로를 따라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현재도 밤이 되면 불이 다 꺼질 정도로 상권이 죽어 있는데 그 이면도로에 해당하는 소방도로에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태원 M공인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보상금 규모가 작지 않아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실제 투자에 나서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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