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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4월 15일] 세계화의 한계

역대 정권 가운데 세계화를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하고 국민소득 1만달러를 향해 매진할 즈음이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문민정부 마지막 해에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았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시장이 개방된 이제 세계화라는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도약의 기회·상실의 위협 공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촛불시위라는 돌발변수가 있기는 했으나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는 지금도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서둘러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았고 내년부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채택하기로 했다. '원조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고 오는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까지 유치해 국격을 높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계화의 핵심전략이기도 하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우리 입장에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도약의 기회와 상실의 위협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세계화의 덫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이다. 세계화는 국가위상을 높여주고 국내 비교우위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만 금융시장 교란이나 재정부담 증대 등 악영향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금이동이 늘어나면서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금융정책이 어려워지면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정책보다 재정지출 확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국가부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부작용처럼 보인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를 단순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만이라고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화의 폐해 가운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양극화 문제다. 동네 음식점마저 세계적인 식당 체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생산성과 소득의 격차를 줄여나갈 사회안전망의 확립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 분명하다. 참여정부가 목소리를 높였던 소득양극화 해소 문제라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전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안전망부터 제대로 확보를 지난해부터 내세우고 있는 중도실용론은 점점 넓어지는 세계화의 그늘을 줄이기 위한 상징적인 국정목표이다. 다만 실시하겠다던 근로장려세제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기되고 각종 서민층 지원제도도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단순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실효성이 낮다는 게 문제라 할 수 있다. 진통도 따르고 있으나 현 정부는 성장을 위한 글로벌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위한 노조법 개정, 침체된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각종 대책과 기업규제 완화 방안 등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한 세계화의 진전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부채야말로 전형적인 세계화의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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