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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의 강석훈(46·사시29회·사진) 변호사는 2002년 조세사건 전담인 서울고등법원 행정부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처음 조세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조세팀에 배치됐고, 4년 후에는 팀장까지 맡았다. 조세전문 변호사로 전업을 결심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해 일선 법원으로 나갈 경우 형사재판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판사 월급으로 대학진학을 앞둔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결국 그는 개업과 로펌행을 고민하다 법무법인 율촌행을 최종 선택했다. 4년간 법원 조세파트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에 대형 로펌들의 러브콜에 시달렸던 그가 율촌에 둥지를 튼 이유는 뭘까.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다른 로펌과 비교할 때 율촌이 낸 상고이유서가 더 짜임새 있고 논리적이었다"며 "조세분야의 강자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내 조세연구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변호사와 학자들 모임인 세법학회 핵심 멤버인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와 친분을 맺은 것도 율촌행을 결심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강 변호사는 우 대표와의 기이한 인연도 살짝 귀띔했다. "판사시절 몇몇 지인들과 골프 라운딩을 즐기고 있는데, 앞 팀에서 누가 홀인원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행운의 주인공이 우 대표였다"며 "이래저래 율촌과는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군더더기 없는 논리로 재판부 설득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엔스왑예금에 대한 기존 판결을 뒤집는 새로운 판결을 2건을 내놨다. 엔스왑예금을 정기예금의 일종으로 보고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20여건의 선행 판결을 깨버린 것. 엔화 정기예금과 원·엔 선물환 계약이 결합된 엔스왑예금에 대한 법원의 기존 판결을 정반대로 되돌린 데는 강 변호사의 활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강 변호사는 엔스왑예금은 정기예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과세관청은 은행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원·엔 선물환 계약을 임의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지만, 강 변호사는 "해당 계약은 실제 외환시장에서 형성된 선물환율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상품"이라고 반박했다. 또 고객이 엔스왑예금을 해지할 경우 원·엔 선물환 계약까지 자동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청산철차를 거쳐야 하므로 정기예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별도의 계약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이자소득세 과세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를 비롯한 율촌 조세팀은 금융전문가가 아닌 판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프리젠테이션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파생상품의 성격을 판사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판결로 향후 이어질 관련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전의 명수' 닉네임 얻어 200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법복을 벗고, 율촌에서 변호사로 새출발한 지 2년여만에 강 변호사는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 단계에서 수임해 승소판결을 받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생명보험 법인세 사건에서 승소한 것이다.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은 지난 1997년 8월 케이먼 아일랜드에 역외펀드인 '그랜드 밀레니엄펀드(Grand Millennium Fund)'를 설립한 후, 1억달러를 송금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과세관청은 1억달러 중 8,000만달러를 최 전 회장이 횡령한 것으로 보고, 이 돈을 최 회장의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 원천징수 의무자인 대한생명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횡령 범죄의 피해자인 대한생명이 이에 대한 세금까지 물게 된 셈이다. 과세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대한생명은 결국 율촌의 문을 두드렸고, 2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사실 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수임하면서 승소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이전에 유사사건의 변론을 맡아 대법원에서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강 변호사는 "대표이사와 법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인에게 대표이사의 소득세 원천징수분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에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사건 가운데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DDP(Dual Die Package)에 대한 285억원의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과 복합칩인 MCP(Multi-chip Package)에 대한 1,575억원의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모두 승소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DDP와 MCP는 휴대폰·MP3 등 전자제품에서 메모리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제품이지만, 관세청은 이를 '독립적인 기능을 지닌 기타 전자기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입가액의 8%를 관세로 부과했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관세청이 품목 분류에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 최종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외국의 경우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이들 반도체에 대해 무관세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 관세청만 거액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강 변호사가 이를 법원에서 바로잡지 않았다면 우리 IT 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뿐 아니라 세무사, 관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과 끊임없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한 것이 승소비결"이라며 공을 조세팀으로 돌렸다. ◇"조세사건은 가장 매력적인 분야" 조세사건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비인기 분야 중 하나다. 사건자체가 복잡하고, 법률규정도 수시로 바뀌는 데다, 조세분야의 최고 전문가 집단인 국세청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소송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조세사건 소송건수는 연간 1,500건 안팎에 머물고 있어 성장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강 변호사는 예외다. 강 변호사는 "조세사건이야말로 법률가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분야"라고 늘 강조한다.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의 경우 법리해석보다는 사실관계 확정이 승패를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간에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도 이를 바라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조세사건은 사실관계가 확정된 상태에서 법리논쟁을 위주로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다." 그가 조세사건을 '즐기는' 이유다. 그리고 기업 인수합병(M&A) 등에서도 조세전문 변호사의 자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세분야는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변호사는 "절세전략(Tax Planning)을 얼마나 치밀하게 세우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자문 수요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조세분야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세무대학원 겸임교수와 서울대 법대 강사를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 강단에 서는 게 즐겁다"고 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윤지현 교수와 함께 '세법해석서'라는 제목의 로스쿨 교재를 쓰는데 여념이 없다. 10년 후 변호사를 은퇴하고 나면, 대학에서 후배를 가르치면서 그 동안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서를 내고 싶다는 강 변호사. 조세분야에 대한 그의 열정과 학구열은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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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대구 출생 ▲1986년 서울대 법과대 졸업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 ▲1988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졸업 ▲1990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97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8년 미국 조지타운대학 로스쿨 수료 ▲2002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2003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7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08년 세무대학원 겸임교수 ▲2009년 서울대 법과대 강사, 지방세협회 부회장.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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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명 포진… '판례 제조기' 명성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팀은 세법의 대가로 불리는 소순무 변호사를 필두로 한 13명의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총 4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설립 초기인 1995년 우창록 대표변호사가 현대그룹에 대한 1,500억원의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국세청이 금 수출업체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금지금(금괴) 과세 사건, 조세피난처의 해외펀드에 대한 법인세 부과사건, 휴대폰 복합구조칩(DDP)과 적층식메모리칩(MCP)에 대한 1,800억원의 관세부과 사건 등 굵직굵직한 소송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렸다. 또 주식예탁증서(DR)와 신주인수권증권에 대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부과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처음으로 이끌어내 '판례 제조기'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엔화 정기예금과 선물환 계약이 결합된 엔스왑예금에 대한 이자소득세 부과는 정당하다는 기존 판결을 뒤집어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가 주최한 2008 아시아택스어워즈(Asia Tax Awards)에서 조세 분야 국내 1위 로펌으로 선정됐고, 우창록·강석훈·김동수 변호사는 영국의 법률분야 출판사가 발행하는 잡지인 '체임버즈아시아(Chambers Asia)'에서 아시아의 조세분야 선두 변호사로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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