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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노대래 조달청장

"조달행정 넘어 정책·산업 아우르는 기관될것"<br>업무 과감히 민간에 이양·위탁… 기술예고제·품질검사 강화<br>부실기업·저질제품 시장서 퇴출… 원자재 비축자금 확대에도 적극



"공공물품 구매라는 한정된 틀을 뛰어넘어 기술발전과 고용확충에 기여하는 경제정책기관으로 조달청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겠습니다. 조달청 무용론을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 도입으로 극복했지만 제2의 변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대래(54ㆍ사진) 조달청장은 2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공공조달시장 규모가 연간 122조원에 달하는 등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조달청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가에 따라 국내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조달행정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정책과 산업을 아우르는 정부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기업과 저질제품의 정부조달시장 진출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폐해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기술개발 등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과 우수제품이 공공시장에서 조달될 수 있도록 품질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2개월 넘게 조달행정발전 TF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 조달혁신 의지가 강한데요. 구체적인 추진 내용은 무엇입니까.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은 존립기반이 약화됩니다. 60년 역사의 조달청이 꾸준히 변화ㆍ발전해왔으나 시대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점 또한 있습니다. 공공조달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고품질 제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데 제한된 인력으로 이들 수요를 모두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업무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털어내야 할 업무는 과감히 털어내 민간에 이양하거나 위탁하고 (조달청은) 대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정책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가격경쟁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조달물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동안 조달시장 진입문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둬왔습니다.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된 품목 수가 지난 2007년 20만8,000개에서 지난해에는 32만1,000개로 늘어났습니다. 양적 급성장은 가격경쟁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품질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고 있지요. 저가 외산품이나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품을 비롯해 부실업체나 저질제품이 상당수 유입된 것이 사실입니다. 성실한 납품업체가 시장에서 외면 받는 사례가 일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계획입니까. ▦부실업체와 저질제품을 거르는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행정처분 또는 감점을 받은 업체 등을 사전에 걸러내고 계약체결 이후에도 품질검사 기능을 강화해 물품을 제대로 제조ㆍ공급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자 합니다. 조달청을 조달물품의 품질을 필터링하는 '명품양성학교'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녹색기술ㆍ신성장기술ㆍIT기술 등이 계속 발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기술예고제 실시로 기업들이 준비하도록 해 우수한 기술의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기술 우수제품에 대해서는 공공시장을 통한 수요창출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너무 높은 품질을 요구하다 보면 업체의 불만도 제기될 텐데 어떻게 운용할 생각입니까. ▦조달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생산시설이 영세한 소기업 또는 소상인이지요. 기술수준을 갑자기 상향하면 기업들이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품질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규격 기준을 예고함으로써 업체들이 기술개발 등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주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질우선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물품 및 시설공사 계약을 대행하면서 수요기관과의 마찰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수요기관들이 특허기술 제품 또는 특정 디자인 제품의 구매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정 제품을 구매해달라는 것입니다. 조달청 이름으로 수의계약을 하는 꼴입니다. 고난도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불가피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아닌 경우에는 경쟁입찰이 바람직합니다. 비슷한 사례를 수집해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생각입니다. -지방의 일자리 창출 문제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지방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대학과 지역기업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지방 기업대표들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대학총장들은 구직난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을 실질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일부 취업이 잘되는 대학의 총장을 만나보니 학생 육성과정에서부터 상호 협력하거나 대학의 실험실을 기업에 제공하는 등 기업과의 상생노력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지방의 중소기업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조달청이 지역대학과 기업이 윈윈하는 시스템을 적극 구축하도록 주선할 것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심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큽니다. 원자재 비축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까. ▦우선 국내 수입수요의 60일분을 비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비축사업자금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도록 해 국가 전체 비축물량을 확대하는 민관공동비축제도를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계획입니다. 신성장동력산업 및 녹색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의 공급부족에 사전 대비하기 위해 희소금속 비축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건설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에서 부작용은 없나요. ▦민간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며 국내 건설업계가 공공 부문에 의존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저가 입찰에서 50%대의 저가낙찰도 빈번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낙찰업체의 부도ㆍ저가하청 등 부작용 우려도 큽니다. 건설업 부문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대기업들의 리그인 턴키 공사에 중견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턴키 공사는 발주자가 설계를 주고 시공가격만 경쟁시키는 최저가 공사와 현저히 다릅니다. 턴키는 고난도ㆍ고기술 공사이기 때문에 고품질 설계경쟁을 해야 합니다. 다만 도로공사 등 설계수준이 낮아도 되는 공사에 대해서는 최저가로 발주하도록 하는 등 턴키 발주 대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계심의 등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한 심사를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은 없나요. ▦과거에는 대기업에 유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3,000명에 달하는 인력풀에서 심의위원을 비공개로 선정해도 로비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심의위원을 50명으로 소수 정예화했고 위원 명단과 평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의 호화청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달청이 시행하는 토털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많은 기관에서 기관장 구미에 맞게 설계하고 고가 원자재를 사용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외관의 화려함을 보다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조달청은 2006년 이후 시설기본구상 및 기획에서부터 설계ㆍ시공ㆍ유지관리까지 공사발주 전과정을 대행해주는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대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 등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수요기관들이 토털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경우 호화청사 및 비리 등의 문제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전략적 사고·추진력 겸비 '정책 조정의 달인'
90년대 본지 '러 경협차관' 특종보도때 제보자로 몰려 안기부 조사 고초 겪기도
■盧청장은… 노대래 청장이 지난 4월 조달청장으로 부임한 뒤 가장 강조하는 것은 '변화'다. 노 청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글로벌 시대에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으로는 존립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며 변화를 위한 '조달청 새 제조론'을 설파하고 있다. '명품양성학교론''나라장터 리노 프로젝트(Reno-project)' 등 신조어는 '조달청 새 제조론'의 대표 브랜드다. 직원들과 사적으로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덕장'의 면모가 묻어나오지만 '변화'를 주문하는 대목에서는 추진력을 갖춘 '용장'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학ㆍ경제단체 등 전국 곳곳을 돌며 특강에 적극 응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경제단체 및 단체장들에게는 지역일꾼 지키기를 강조한다. 노 청장은 외환위기 당시 독일 재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뉴욕 외채협상 전에 독일 은행들이 외채 만기연장에 앞장서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주역이었고 기후변화협상에서 한국의 개도국 대우를 관철시킨 일은 그의 전략적 사고와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청장은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차관보로 있으면서 '정책조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노 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1990년대 초 경제기획원 사무관이던 노 청장은 서울경제신문이 특종 보도한 '러시아 경협 30억달러 지원키로' 기사 때문에 수 차례에 걸쳐 안기부(현 국정원) 조사를 받아야 했다.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서 정상회담 뒤 발표하려던 했는데 대통령이 출국도 하기 전에 신문에 보도됐으니 청와대의 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은 노 사무관과 청와대 관계자 극소수였으며 안기부는 노 사무관이 흘린 것으로 단정지었다. 당시 "노대래는 끝났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대형 사건이었다. 나중에 열린 서울지법 재판에서 무죄로 판명됐고 기사제보의 출처는 청와대로 드러났다. 노 청장은 "당시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할 수 없었고 있는 그대로만을 답했다"며 "당시 위기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약력 ▦1956년 충남 서천 ▦1974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8년 서울대 법학과 학사 ▦198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1988년 독일 쾰른대 경제학박사 과정 수료 ▦1979년 행정고시 23회 ▦1994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과장 ▦1996년 주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재정경제관 ▦2001년 재정경제부 기술정보과장 ▦2002년 조달청 물자정보국장 ▦2002년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장 ▦2003년 주미대사관 참사관 ▦2006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2006년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2008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08년 재정경제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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