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 전세계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말 기준 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592조달러 규모로 줄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상반기의 사상 최대치(683조 달러)보다 13.4% 감소한 규모로, 파생상품시장이 쪼그라든 것은 지난 1999년 BIS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채권이나 대출의 부도 위험만을 떼어내 따로 거래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시장 규모 역시 27% 줄어든 41조9,000억달러 규모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거래를 줄이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가 주도, 2,000여개의 전세계 은행ㆍ자산운용사ㆍ헤지펀드 등이 서명한 BIS의 소위 '빅뱅 의정서'가 지난달 8일 발효되면서 무분별한 파생상품 거래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빅뱅의정서에는 CDS의 가격산정 방식을 규정하고 규모가 큰 CDS는 쪼개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밖에 지난 3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CDS 청산소 설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BIS의 카를로스 말로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파생상품시장에 추가적인 규제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인 브룩슬리 본은 18일(현지시간) "더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간 악몽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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