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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특별전 지상갤러리] '양치기 소녀'

'양치기 소녀', 1870~1873년께 제작 ⓒ 2014 MFA, Boston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소녀는 해를 등지고 앉은 탓에 이목구비를 또렷이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 뒤의 빛은 마치 성인의 후광처럼 작용해 작은 소녀에게 위엄과 정의감을 더해준다. 밀레는 농민에 불과한 소녀를 화폭 중앙에 압도적인 크기로 그려 관람객 위에 군림하게 만들었다. 또한 소녀의 폭이 넓은 앞치마가 빛을 머금고 일렁이는 것이나 발치에 핀 풀과 민들레가 정교하게 묘사된 아름다운 정경은 이후 등장할 인상주의 화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을 분석해본 결과 밀레가 지난 1848년 살롱전에 출품했으나 팔지도 못하고 집에 보관해뒀던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라는 작품 위에 덧그려졌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졌다. 바빌론에 억류된 유대인에 관한 성경 속 이야기를 그린 웅장한 그림을 작고 소박한 양치기 소녀가 뒤덮어버린 것은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영웅과 역사·종교를 주제로 삼았던 미술의 전통이 일상과 주변 사람으로 바뀌게 된 밀레 이후의 변화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세로 162㎝의 이 그림은 밀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도 가장 큰 밀레의 인물화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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