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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단군 이래 최악의 보릿고개

[기자의눈] 단군 이래 최악의 보릿고개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윤혜경 기자 “돈이 넘쳐 나서 걱정입니다.” 돈이 많아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까. 요즘 은행들이 그렇다. 은행 사람들과 만나면 으레 나오는 단골 메뉴가 ‘돈은 많은데 굴릴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기적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3%대로 떨어졌는데도 수신 잔고는 여전히 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 실질적으로는 돈을 까먹는 상황인데도 딱히 돈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ㆍ주식 등 재테크 수단은 어느것 하나 안심할 곳이 없다 보니 알토란같이 모은 돈을 잃느니 그나마 안전한 은행에 묵혀두자는 심리인 듯하다. 난처해진 곳은 은행들이다. 고객들은 연 3~4%금리가 너무 낮다고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고객의 돈으로 연 5~6%의 수익을 낼 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올 하반기에는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식은 올들어 투자 손실이 상당하고 채권도 이미 너무 많이 올라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출 수요는 여전하긴 하지만 이 역시 마뜩찮다. 경기전망이 워낙 불확실하고 내수가 바닥을 기고 있어 대출해주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인사는 “요즘은 대출 심사할 때 담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아예 대출 심사팀이 업소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손님 수를 세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찜질방을 예로 들며 “손님을 끌려면 수십억씩 들여서 최고급 시설로 꾸며야 하기 때문에 시설자금 대출규모도 20억~30억원에 이른다”며 “하지만 만약 업소가 망하게 되면 처분도 쉽지 않고 막대한 돈을 들여 장소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식당, 미용실, 숙박 업소, 옷 가게… 어느 하나 잘되는 업종이 없으니 은행들은 돈을 싸안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은행들의 고민은 사실 내수가 실종된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군 이래 최악의 보릿고개, 파마 무조건 1만원’이라고 쓰인 어느 미용실의 대형 현수막은 ‘바닥 밑에 지하실’이라는 현재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입력시간 : 2004-08-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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