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스트레스가 야기했던 금융불안과 비슷한 국면이지만 이 외에 개별 국가가 당면한 대내외 악재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통화인 루피아화와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0.57%, 1.87%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각각 17년, 11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또한 2001년 이후 달러 대비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 신흥국 통화가 또 다시 흔들리게 된 데는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재부각이 계기가 됐다. 6일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으면서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이른 올해 중순께 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됐고 이것이 신흥국 자금이탈 가능성을 부추겼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같은 날 터키 리라화,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모두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날 리라화 가치는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외화대출 금리 인하 조치에 힘입어 0.79% 올랐고 페소화 가치도 소비자물가지수가 안정을 찾았다는 소식에 0.14%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번 신흥국 통화불안은 부실한 경제 펀더멘털이 주로 부각됐던 2013년과 달리 각국의 정국불안 이슈나 유가 하락 등 복수의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됐다.
미국 투자은행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액션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최근의 강달러 현상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도 이머징마켓의 환율 약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는 원화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원5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122원60전에 장을 마쳤다. 전날 13원 이상 오른 데 이어 이틀 동안 24원 넘게 급등했다. 이는 인도·인도네시아 등이 구제금융 직전까지 갔던 2013년 8월 이후 1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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