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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이 문제죠. 2011년 말 입주한 고급 주상복합조차 아직 미분양이 남아 있어요. 분양가에 취득세를 얹은 정도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해운대구 우동 S공인 관계자)
구도심인 부산역에서 출발해 '다이아몬드 브리지'라 불리는 7.4㎞의 광안대교를 거의 다 넘어서면 이전과 사뭇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주변을 압도하는 80여층 높이의 마천루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서있다. 지난 2011년말을 전후해 잇따라 입주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다.
6일 기자가 찾은 해운대구의 상징 마린시티. 2007년 이후 5년여 동안 부산 집값을 견인한 이곳은 최근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 인근 중개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마린시티 내 고급주상복합의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급감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역 A공인 관계자는 "마린시티는 10채중 7채가 외지 사람이 사놓은 세컨드 하우스일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수요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일부 업체들이 특별분양을 통해 미분양을 다소나마 털어내면서 입주 물량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지역 I아파트는 1,631가구의 대단지임에도 거래량은 지난해 1년간 28건에 불과했다. W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337건으로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이역시 특별분양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거래량은 17건에 그쳤다.
공급과잉은 마린시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신시가지에도 53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막바지다. 올해 11월 2,369가구의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동 H공인 관계자는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 전용 80㎡의 경우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3,000만원 붙는 매물도 있지만 중대형은 대부분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일대는 지난 5년 가까이 지속된 부산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지역은 부산지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면서 지금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공급은 많았던 반면 상대적으로 인구 유입이 적다 보니 공급 과잉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해운대구 일대는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우동 대우마리나 전용 84㎡의 경우 매매가가 3억5,000만원선이지만 전셋값은 1억5,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43%에 그치고 있다.
우동 D공인 관계자는 "해운대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인기지역 아파트는 고점 대비 낙폭이 크지 않다"며 "같은 부산 지역이라도 입지 등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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