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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항룡유회(亢龍有悔)
입력2006-10-26 16:40:04
수정
2006.10.26 16:40:04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민장으로 엄숙하게 치러졌다.
지난 80년대 격동기 한국 정치사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최 전 대통령이 끝까지 입을 다물고 영면함으로써 신군부에 의해 저질러졌던 정권 찬탈 과정은 역사 속에 묻히게 됐다.
물론 그가 떠난 마당에, 머지않아 비망록이나 회고록이 나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당시의 긴박했던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정부 주택정책 사실상 실패
최 전 대통령은 90년대 중반 12ㆍ12와 5ㆍ18과 관련한 검찰의 조사 요구를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로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항룡유회란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부귀영달이 극도에 달한 사람은 쇠태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공자가 이르기를,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을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라는 것이다.
즉 일을 할 때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지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일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다.
항룡유회는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해 스스로 분수를 알고 처신하는 삶이 이롭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항룡유회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그릇 크기와는 무관하게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맡아 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용량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과분한 자리를 맡아 질퍽거리는 경우를 자주 봐왔지만 특히 주택정책 분야에서만큼은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집값을 잡지도 못한 채 건설 경기의 부진과 집값 폭등에 따른 서민 부담만 가중시킨,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해도 전혀 심하지 않다.
최근 신도시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전국이 또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잠시 주춤거리는 것처럼 보이던 아파트값이 정부의 신도시 건설 발표 이후 다시 꿈틀대고 있다.
후속대책 마련은커녕 관련 부처와의 사전 협의조차 없이 불쑥 내던진 신도시 확대와 추가 개발 계획은 전국을 또다시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몰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며 정부가 나서면 오히려 더 집값이 뛰는 기현상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돼 이제는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요즘 시중에는 술자리에서 가급적 피해야 할 이야기가 3가지 있다고 한다.
바로 정치와 종교 이야기, 그리고 아파트 이야기는 안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애꿎게 아파트를 안줏거리로 삼았다가는 반드시 술자리 뒤끝이 좋지 않게 끝나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집값을 잡겠다고 말만 앞서고 요란했지 실제 지난 3년 동안 소위 버블세븐 지역을 필두로 수도권 지역은 집값은 미친 듯이 올랐다.
참여정부 출범 후 10ㆍ29대책, 8ㆍ31대책 등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들을 여러 차례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땜질식ㆍ뒷북식 대책을 찔끔찔끔 내놓으면서 시장의 면역력과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부동산정책과 관련, 참여정부는 만지기만 하면 키우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어찌 된 셈인지 정책이랍시고 발표하는 것마다 당초 목적보다는 부작용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 필요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주택정책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연말이면 집값이 안정된다, 집을 샀다가는 반드시 후회한다’고 국민들을 상대로 겁을 줬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재임 동안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우긴다고 해서 밀어붙인다고 해서 다 통하는 건 아니다. 실패했다면 실패를 인정하고, 능력이 안되면 안된다고 하고,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끝까지 변명하며 교언영색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은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추 장관의 처신과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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