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포·대치·압구정동 일대 입지 뛰어나 매력 투자처
2000년대 강남권 재건축의 '대장주'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였다.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때마다 서울은 물론 전국 부동산 투자자들의 시선이 은마아파트 시세에 쏠렸다. 2010년 이후부터는 주목 대상이 바뀌었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이 단지 내 폭 14m 도로 문제와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꼬일대로 꼬이면서 대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급부상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가 본격화된데다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개포주공과 함께 강남권 재건축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잠실주공5단지와 개포주공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세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이후 1주일 새 적게는 4,000만~5,0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8월 셋째주에 10억4,000만원선이던 잠실주공5단지 공급면적 112㎡형의 가격이 넷째주 들어 10억8,000만~11억1,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올 초 9억2,5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개포주공도 몸값이 오르고 있다. 1단지 42㎡형의 경우 7월 6억원이던 시세가 8월 말 6억6,000만원으로 10% 가량 올랐고, 50㎡형도 같은 기간 7억3,000만원에서 7억6,000만~7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실주공5단지와 개포주공의 매매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총 3,930가구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에 입주, 오래전에 재건축 연한을 채웠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아직 조합도 설립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울시가 최고 50층의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사업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달에는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했고, 연내 조합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도 사업 추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개포2ㆍ개포3ㆍ시영 등 3개 단지가 지난 달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했고, 1단지와 4단지도 이르면 이번 달께 건축심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축심의를 통과하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2단계 절차를 거쳐 이주를 시작할 수 있다.
아울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 배경은 가격이 충분히 조정됐다는 심리와 사실상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나 다름없는 8ㆍ28 전월세 안정 대책으로 매매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내년 말로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조합ㆍ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서두르는 것도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 주택 거래 활성화에 나선데다 취득세율 인하, 양도세 감면 혜택 등으로 인해 올 하반기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거의 유일한 투자상품"이라며 "취득세율 인하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올 하반기가 적절한 매수 타이밍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큰 시세 차익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여전히 부동산 투자 1순위로 꼽힌다. 편리한 교통, 우수한 학군, 풍부한 편의시설 등을 갖춘 강남권으로 입성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두텁기 때문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강남권에서 나올 수 있는 신규 분양 물량은 재건축 단지 밖에 없어 희소가치가 높다.
◇'강남3구' 재건축 단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업 추진 잰걸음=최근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는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힘입은 바가 크다.
대표적인 단지가 잠실주공5단지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5월 서울시의 '미래지향적 공동주택 조성방안'에 따라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는 잠실역 인근에 50층 높이의 주상복합으로 지을 수 있게 되면서 투자 가치가 급상승했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 중 50층 높이로 신축할 수 있는 곳은 여의도와 잠실지역 두 곳뿐이다.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장이 새로 선출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추진위는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 조합이 설립돼 있고 시공사도 정해져 있는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건축심의절차를 밟고 있다. 5개 단지 중 개포2ㆍ개포3ㆍ시영 등 3개 단지가 지난 달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했고 1단지와 4단지도 이르면 이번 달께 건축심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추진위 단계인 개포주공4단지는 10월께 조합설립 절차를 거쳐 곧바로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대지 지분이 넓어 투자가치가 높은 반포주공1단지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기존 가구 수만 3,590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규모가 너무 커 3주구와 1ㆍ2ㆍ4주구로 분리해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중 2,100가구 규모의 1ㆍ2ㆍ4주구는 지난 6월 말 조합설립을 끝내고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따낸다는 목표다. 3주구 역시 추진위 설립 절차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반포주공 1단지 1~4주구는 총 8,000여 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현대ㆍ한양ㆍ미성 등 압구정동 일대 24개 단지 중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미성2차를 제외한 23곳이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한 데 이어 강남구청이 9월부터 현지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추진위 설립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추진위를 설립한 단지가 압구정 일대에서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역 재건축 5형제'로 불리우는 서초동 우성1~3차와 무지개, 신동아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한 우성3차는 6월에 조합원 분양을 마무리하고 관리처분을 남겨둔 상태고, 우성2차도 8월부터 조합원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두 단지는 이르면 내년 초 이주 및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 단계인 우성1차도 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고, 무지개 아파트는 내년 초께 시공사 선정을 나설 예정이다.
◇단기 시세 차익 보다는 재건축 후 주택가치 상승 노려라=앞으로 강남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공급은 재건축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관심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을까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는 여전히 대기수요가 많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있지만 호재들이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당분간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하고, 월세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이 전환하는 등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시장도 '나홀로' 상승세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단기적 시세 차익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거에는 짧은 기간에 집값이 급등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단기 투자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최근 몇몇 단지가 사업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대부분 입주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과도한 금융 차입을 통해 매입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또 내년까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받지 못하는 단지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권순형 J&K투자연구소장은 "강남은 만성적인 주택수요 초과지역이지만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금융비용을 들여서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반포동 등 기존 생활 중심지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강남권에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아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입지 조건이 뛰어난 신반포의 한신아파트나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9월부터 알짜배기 분양 이어진다 성행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