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초반 'X세대'로 불렸던 40대는 폭발적인 대중문화 소비로 B급 문화 확산과 글로벌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뒷방 신세'를 면치 못했던 70대는 어르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해외에 수출되며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글로벌 동질성을 갖춰 'D세대'로도 불리는 10대는 문화상품 소비를 결정하는 세대로 부상했다.
그동안 20~30대 젊은 층이 주도하던 문화시장에서 10대ㆍ40대ㆍ70대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제력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는 40대는 한국 경제가 3저(저환율·저유가·저금리) 호황을 누린 1980년대에 10대였고 대중문화의 양과 질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199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전에 없이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을 '규정할 수 없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X세대'로 불렀다.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를 본격적으로 떠난 첫 세대이자 PC통신부터 인터넷까지 정보기술(IT)의 초고속 성장을 체험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류에 속한 A급 문화뿐 아니라 B급 문화에도 우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문화비평서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의 저자 이형석씨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강타한 B급 문화 뒤에는 X세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X세대로 불렸지만 사회 진출기에 국제통화기금(IMF) 폭탄을 맞았던 40대는 경제적으로 기존 세대에 비해 취업난, 해고 위협 등을 강하게 느끼며 주류에서 소외됐고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운동의 영향을 받아 반권위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며 "199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아 쾌락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문화욕망도 내면화한 세대"라고 말한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뒷방 신세였던 70대가 문화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공연계에서는 노년의 삶을 다룬 연극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방송에서는 70대 노배우를 출연시킨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된 데 이어 해외수출이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할류'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한 케이블 프로그램의 '꽃보다 할배'가 최근 대만과 홍콩에 잇따라 수출되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명명한 '글로벌 D세대'는 전세계적으로 동질화되고 있는 10대 청소년으로 문화상품 소비의 결정권을 가졌다. 삼성연에 따르면 글로벌 D세대의 구매력은 2002년 이후 크게 높아져 2005년 기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인 1조9,000억달러에 달하며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샤오황디(小皇帝)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10대 후반~20대 위주로 문화상품을 만들면 흥행이 보장됐는데 이제는 세대별로 차별화된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략 등 다양한 시장 접근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