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학점까지 관리해주는 학원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왜곡된 로스쿨의 현실이 '로스쿨 사교육'을 만들어냈다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2일 교육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자회사 메가엠디는 최근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인 메가로이어스를 설립했다. 다음달 2일 개강하는 이 학원은 변호사 시험만을 대비하는 기존 학원과 달리 로스쿨생의 학점관리를 위한 강의와 프로그램을 함께 개설한 상태다. 법학적성시험(LEET)이나 변호사시험이 아닌 로스쿨생 학점관리를 목표로 내세우는 학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학원 개설에 대해 로스쿨이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이라는 애초의 목적보다는 줄 세우기식 교육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사법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법연수원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된 로스쿨이 법조인 연수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학원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에 근무 중인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학점 강박관념에 빠진 로스쿨생들의 실태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대형 로펌에 취업하려면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에도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보다는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만 듣는 것이 로스쿨생들의 현실이었다"며 "학점관리 학원의 등장은 이 같은 로스쿨생들의 현실을 좀 더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로스쿨생은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지를 빼낸 것이 적발돼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로스쿨생들도 직업학교로서의 추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로스쿨생은 "로스쿨 학생들이 학점에 매여 진짜 공부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로스쿨 학원은 이처럼 기형적 형태로 전락한 로스쿨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메가로이어스 측은 이에 대해 중고생의 내신 관리를 학원이 돕는 것처럼 로스쿨생의 학점 관리를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로이어스의 한 관계자는 "고교생이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대형 로펌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로스쿨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라며 "단순히 똑같은 강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의 학교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체계적인 학점 관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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