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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1월 5일] 정치 리더십과 시장기능

미국 유권자 다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실망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대선을 앞두고 “바꿔 바꿔!”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표심으로 이어졌다. 미 달러 체제하의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제정책과 미국인의 소비행태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달러를 대신해 세계 경제를 끌고 갈 대안통화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의 70억 인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처럼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미 대선과정을 지켜봤다. 이제는 사람들이 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랄 것이다. 미국 시민은 무엇보다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해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금 상당히 좋지 않다. 얼마 전까지는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문제였지만 정부와 은행은 지금 너무 내려갈까 염려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유가폭등과 담보대출금리 부담으로 미국인의 실질소득은 크게 내려 앉았다. 그래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는 소비심리의 조속한 회복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비상대책을 쓰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해 국유화하고 민간기업에도 다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전에는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과도한 시장개입을 선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제 시장만능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가 몰락하고 정부 개입을 앞세우는 케인스 경제학을 추종하는 자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성급할 뿐더러 정확하지도 않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이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거장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게리 베커는 시장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한다는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한 적이 없다. 필자는 지난 10월 초 도쿄에서 열린 ‘2008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세계대회에 참가해 시카고대 스승인 베커 교수와 만났다. 팔순에 가깝지만 그는 건강했고 눈빛도 반짝거렸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모이는 대회이지만 그들은 자유시장경쟁과 정부 개입 최소화로 많은 경제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을 따름이지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금처럼 미 경제의 붕괴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물리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수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급박한 위기에서 벗어나면 미국은 다시 자유시장에 의한 자원배분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다른 선진국도 미국을 따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도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한 나라가 경제위기를 맞으면 국가지도자의 리더십과 선제적 시장개입은 필요하다. 그러나 위기에서 벗어나면 경제를 다시 시장기능에 맡겨야 나라가 부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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