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산 산맥 높은 등성이에는 맹렬하게 파고드는 삭풍 속에서 뿌리를 박고 자라는 키작은 나무들이 있다. 이름 난 악기장들은 이처럼 지지리도 못난 나무들을 베어다가 악기를 빚는다. 그런 나무들이 들려주는 울림이 뛰어나게 정교하고 우람하기 때문이다.' 소설 '객주'의 김주영 작가는 무엇을 하든 꼴지였던, 그리고 항상 배고프고 자주 아파 암울했던 어린시절에 우연히 꿈을 발견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우화형식의 짧은 글을 통해 그는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었던 어린시절 꿈의 소중함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조용하게 살기위해 집단생활을 떠났지만 소통이 단절돼 버린 늑대, 병석에 누워 오직 바다를 꿈꾸다 한마리 돌고래가 돼 버린 소녀, 달나라에 가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로 달에 도착했지만 자신이 그리던 달이 아님을 깨닫고 절망하는 남자 등 짤막한 우화 60여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작가는 꿈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어떤 이는 꿈을 이루는 반면 어떤 이는 무참히 짓밟히는 꿈으로 괴로워하고, 또 꿈을 이루었지만 행복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70평생 꿈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는 머리말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것들에 오히려 보석 같은 지혜와 능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상상력의 날개가 있으므로 세상 어디를 가더라고 겁에 질리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게 되었다"며 자신의 꿈과 상상력이 만나 일궈낸 삶의 참된 모습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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